9·11테러로 엄청난 충격에 빠졌던 미국이 이번엔 '더러운 폭탄(dirty bomb)'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11일 미 법무부가 '더러운 폭탄'을 이용, 수도 워싱턴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려 음모를 꾸민 알 카에다 조직원 압둘라 알 무하지르를 체포, 그동안 첩보수준에 머물렀던 '더러운 폭탄' 테러 가능성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도대체 '더러운 폭탄'이 무엇이며,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고 있는 지, 또 실제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
◇'더러운 폭탄'이란=무시무시한 공포감에 비해 '더러운 폭탄'의 제조는 의외로 간단하다. 재래식 폭발물과 방사능물질을 함께 묶어 터트리면 된다. 폭발물이 TNT든 오클라호마주 연방정부청사 폭발사건 때 쓰였던 비료를 활용한 것이든 상관이 없다.심지어 농약살포용 소형비행기로 뿌릴 수도 있다.
따라서 핵분열로 인한 대형 폭발이 없다는 점에서 '더러운 폭탄'은 핵무기와 뚜렷이 구분된다. 핵무기를 만들 만큼 고도의 하이테크 기술을 갖추기 어려운 테러집단의 입장에서 볼 때 '더러운 폭탄'은 상대를 손쉽게 공포에 떨게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공포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제조가 간단하면서도 주요재료인 방사능 물질을 구하는 것조차 너무 쉽다는 점이다. 구 소련지역 핵무기에서분리,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력한 방사능 물질부터 원자력발전소 폐기물 및 병원, 대학연구소, 기업체 연구소 등에서 쓰이는 방사능물질이면 무엇이나 재료가 될 수 있다.
방사능 물질을 다룰 수 있는 승인을 받은 기관만도 미국내에 200만개나 되고, 지난 5년간 매년 300개씩 방사능물질이 포함된 장비 1천500여개가 분실, 도난된 점을 상기하면 '더러운 폭탄'의 테러공포는 결코 '가상현실'이 아니다.
◇만일 '더러운 폭탄'이 도심에서 터진다면='더러운 폭탄'에 사용된 방사능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파괴력은 크게 달라진다.또 방사능 물질의 양과 퍼지는 범위 등이 중요한 변수다.
핵무기 수준의 플루토늄이나 사용된 핵연료로 '더러운 폭탄'을 제조했다면 가공할만한 사상자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물질을 손에넣는 것은 물론 다루기 도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인 상황은보다 덜 드라마틱하다.
겨우 수 그램의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더러운 폭탄'이 도시의 몇 블록을 오염시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피폭지역은최소한 수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뀌는 만큼 수만명의 시민들은 정든 집을 떠날 수밖에 없게된다. 피해는 지역적으로 나타나지만 전국민이 엄청난 공포와 불안에 빠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높은 수준의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들은 침투한 방사능에 의해 세포가 파괴되는 방사능증에 고통받게 되고, 낮은 수준의 방사능 오염이라 하더라도 암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피해자들은 방사능 제거 장비를 갖춘 병원으로 긴급후송, 외부의 방사능을 제거하고 오염물질의 종류에 따라 약물, 과일, 채소 등으로 몸속의 방사능 물질을 배설하는 치료와 손상된 세포를 회복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무리 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초기의 피해 범위가 명확치 않은 데다, 혹시나 방사능에 오염됐을 지 모른다고 병원으로 마구 몰려드는 시민들에 제대로 대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마크 그우즈데키는 "치명적인 방사능 물질로 '더러운 폭탄'을 만들려고 시도하면 오히려 제조자 자신이 죽게 될 위험이 높다"며 "따라서 '더러운 폭탄'은 대량살상 무기가 아니라 실질적 피해는 적으면서도 대규모 혼란을 조성하는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책=9·11테러의 여파가 계속된 지난 1월 부시 미 대통령은 NEST(핵에너지지원팀)에 '더러운 폭탄' 테러음모를 사전에 방지하라는 비밀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의 주요도시들에는 방사능 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감마선 및 중성자 검출장비를 실은밴이 보통 자동차들 틈에 끼여 '더러운 폭탄' 제조 음모를 꾸미는 테러분자 색출을 은밀히 진행하고 있다.지난 1975년 설립된 NEST는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의 핵위협을 감쪽같이 해결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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