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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서바이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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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을 두고 세계의 축구전문가들은 '크레이지(crazy) 월드컵'이라 외치면서 모두들 머리를 쥐어뜯고 땅을 치며 야단들이라고 한다. 특히 이미 보따리를 싼 유럽의 축구강국들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지도 모른다.

몸을 좀 푸는 상대로 얕본 한국이, 일본이, 미국이 그들의 덜미를 잡을줄이야 꿈에도 생각해본적 없었을 터이니 더더욱 통탄할 노릇이었을 게다. 그러나 그건 바로 그들이 경적필패(輕敵必敗)의 병법을 간과하고 오만했던 결과라는 걸 이번 월드컵은 누누이 경고하고 있다.

▲4강까지 간다면서 언론의 부추김에 같이 들뜬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의 터키전 패배도 그 범주에 속한다. 그의 패인(敗因)은 우선 브라질이 고전한 터키를 너무 가볍게 봤고 맹장염 수술을 한 '오노 신지'에 너무 집착한데다 더욱 결정적인 건 브라질 귀화선수 산토스를 깜짝 기용한 용병술의 실패였다.

예선전까지 그렇게 기민하고 조직적이었던 플레이가 터키의 기민성에 오히려 말려 허둥댄데다 산토스의 프리킥마저 골대를 맞고 튕겨나오는 불운의 징크스까지 겹치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트루시에가 8강에서 만날 세네갈을 연구하고 있을 때 터키의 귀네슈 감독은 되레 일본 축구의 특기인 압박축구와 한발 앞선 빠른 공격축구를 후반까지 밀어붙여 뒷심부족한 일본을 따돌렸다. 귀네슈의 용의주도한 승부수를 일본 전문가들 그 누구도 읽어내질 못했다.

▲'여우'로 불릴 정도로 전술의 귀재인 이태리의 트라파토니 감독도 결국 아주리군단의 트레이드 마크 '빗장수비'를 구사하다 히딩크의 공격축구에 통한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전반 12분 비에리의 헤딩슛으로 얻어낸 1골을 후반중반까지 한국의 추격이 역부족인 낌새를 보이자 비에리와 호흡을 맞춘 골게터 델 피에로를 과감하게 빼버리고 수비수를 투입, 대문을 걸어잠그고 시간떼우기에 승부를 걸었다. 그게 바로 자기꾀에 넘어간 '여우'의 경박한 패착이었을 줄 누가 알았으랴.

▲히딩크의 진면목은 이때부터 나타났다. 김태영에 이어 대들보 홍명보까지 빼고 황선홍, 이천수, 차두리까지 투입하는 누구도 예상못한 최후의 승부수로 결국 안정환의 골든골 기적을 일궈내며 트라파토니 감독을 우리에 갇혀 팔팔 뛰는 여우로 만들어버렸다.

어제 저녁 우리는 축구경기를 본 게 아니라 '축구 전쟁'이란 한편의 드라마를 좌절과 흥분속에 열광하며 감상했다. 히딩크의 '서버이벌 게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이젠 우리는 느긋하게 그걸 만끽하는 행복감에 젖어있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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