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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은 누굴까. 얼핏 생각하기에 화가들인 것 같지만, 실상은 좀 그렇지 않다.

미술관과 갤러리의 큐레이터(대부분은 운영자), 비평가, 전문딜러 등이 권력자의 위치에 있고, 그림을 직접 생산하는 화가는 그 반대의 입장에 있다고 보면 옳다.

화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게 미술계의 메커니즘이다. 아무리 피카소보다 더한 천재성을 번뜩이는 화가라도 그들의 눈에 들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미술관이나 화랑에 그림 한점 걸 수 없는게 현실이다.

한 중견화가의 얘기. "그렇고 그런 작가들이 특정 화랑의 도움으로 뜨는 경우가 어디 한두번입니까? 일부 화가들이 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선물을 주고 술자리를 마련하는 모습에 실망한 적이 많았죠".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무명화가로 남을지, 이름을 날릴 수 있을지의 갈림길에는 화가의 처세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박영택(미술평론가)씨의 글 '한국미술계의 구조와 권력'에는 재미있는 말이 나온다. "현대미술은 그 미술관(또는 갤러리)과 관련된 수많은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화상, 언론 사이의 끊임없는 '거래와 공모'속에 이루어진다".

그가 주장하는 '거래와 공모'에 동참하는 화가의 모습은 이러하다. "한국미술계에서 좋아할 만한 그림을 일정하게 만들어 나가고 전시를 거듭하면서 또는 평론가의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담론화하고, 대형화랑이나 미술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가면서 미술계의 주류가 된다". 소위 스타작가로 크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화가와 컬렉터, 관객들을 직접 관리하고 매개하는 (대형상업화랑과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일 수밖에 없다. 한 미술평론가는 "이들 큐레이터와 작가들과의 친분관계, 학연이 우리 미술계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중심축"이라면서 "도토리 키재기 식의 고만고만한 작가들이 많은 우리 상황에서는 작품 외적인 면이 더 중시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간성 괜찮은 작가가 좋은 그림을 그린다' '서울대와 홍익대를 나오지 않으면 클 생각을 마라'는 속설이 화가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후세에 이름이나 작품을 남기는 것은 언제나 화가의 몫이다. 화가들 위에 군림(?)하던 권력자의 이름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역사가 이번 만큼은 확실하게 피권력자의 팔을 들어주는 모양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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