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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행복한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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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저문다. 잿빛에서 마침내 먹빛으로 가라앉는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머리 속 지우고 싶은 사람과 계면쩍은 웃음을 나누거나, 집으로 돌아가다 집 앞을 그냥 지나쳐 한없이 달리고 싶을 때, 또는 열망이 고문으로 변해 바장이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나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과 사람들 심지어 나 자신조차 두터운 벽이 되어 나를 가두고 있음을 느낀다.

이 기하학적이고 완고한 질서 속에서 나는 얼마나 나이고 싶은 나였을까. 내가 아니고 싶은 나를 지우고 나면 남는 나는 얼마나 될까. 가을이어선지 이렇듯 자신의 주변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때가 많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한 만큼, 어느덧 욕망과 권태에 지친 모습으로 일상의 감옥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통장, 고지서, 영수증 같은 꼬물거리는 숫자들만 잃어버린 세월의 징표로 주변을 떠도는 것이다.

좋은 삶은 나날이 새롭게 변화하는 삶이라고 한다. 수박의 뻘건 속처럼 일상으로 꽉 찬, 갇힌 삶은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 감옥에 갇혀 살아야 하는 자가 자유로울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석방하는 간수가 되는 것이다. 대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만 물에서는 녹아 흔적 없는 소금과 같이, 자신의 내면에 자신마저도 사라진 자유로운 공간을 가지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변화된 자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일시적인 자유와 행복을 위한 일탈이나 가출의 몸짓이 아닌,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생명의 공간을 스스로 가지는 것이다. 푸르스름한 빛의 공간에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찾아온 몇 개의 이미지가 풍만한 모습으로 살쪄 마침내 우주적 호흡으로 충만한, 그리하여 죽음에서마저 해방되는 세계에의 유영(遊泳)을 이 가을날 권유해 본다.

깊은 꿈에서 막 깬 맑은 얼굴의 그대를 보는 즐거움. '영원은 더 이상 삶보다 길지 않다'고 르네 샤르가 말했던가.

김영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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