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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도서 정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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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학자 로베르 에스카르피는 '책의 혁명'에서 인류가 굶주림과 대항해 얻어낸 승리의 상징이 빵이라면, 책은 무지와 예속에 대항해서 차지한 승리라 했다. 하지만 책은 같은 소비자에게 반복구매가 일어나지 않으며 다른 상품으로 대체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책값은 출판사가 도매상과 소매상의 유통마진을 미리 정하여 거래단계별로 일정가격을 강제하는 재판매가격유지제도를 따르고 있다. 이같은 도서정가제는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법이라는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위배되지만 많은 나라에서 책의 기능성 때문에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위탁판매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프랑스·영국 등에서 합리적인 유통구조로 받아들여진다. 미국과 같은 넓은 나라에서는 반품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서점이 미리 출판사에 책대금을 지불한다.

반품이 허용되지 않는 매절방식이기 때문에 서점이 모든 책임을 지는 만큼 최종 가격은 서점이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도서유통이 활성화되어 서점수와 도서발행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최근 인터넷서점과 할인점을 중심으로 도서정가제가 지켜지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재판매가격유지제도 용인을 철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서점은 보다 큰 이윤을 얻기 위해 유명세를 탄 기성작가의 도서를 선호함으로써 신인저자의 등장을 어렵게 한다.

신규출판사 또한 도서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없게 된다. 대형서점·유명출판사·유명작가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어 소규모서점이나 출판사의 몰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오히려 대형서점이나 출판사끼리 담합하여 책값을 앙등시킬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방독자들은 할인기회나 폭마저 작은 데다 물류비용까지 부담하게 되어 서울이나 대도시 독자들보다 비싼 가격으로 책을 사야 한다.

할인구매의 단맛보다는 가격경쟁으로 인한 출판의 질 저하와 서점·출판종수의 감소에 따른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화수용과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

도서출판 북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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