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북 중유지원 어떻게 되나

한.미.일 3국의 북한 핵사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도쿄에서 9일 열린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대북중유지원 중단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의회 여론 등을 이유로 중유제공 사업을 계속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설명과 함께 11월분 중유 제공 계획 철회 입장을 알려왔고, 우리와 일본은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전달하며 3국 협의는 진통을 겪었다.

◇KEDO 이사회 '고비'=3국은 이번 TCOG에서 4만2천500t의 중유를 싣고 이미 지난 6일 싱가포르를 떠나 북한을 향하고 있는 중유수송선의 회항문제를 포함, 11월분 대북중유 제공계획의 중단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오는 14일 열릴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집행이사회로 최종 결정시기를 늦췄다.

이에 따라 14일 뉴욕에서 열릴 KEDO 집행이사회가 북핵사태와 관련한 또 한번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한미일 3국의 입장차가 여전히 적지 않은 상태에서 TCOG 회의 후 불과 며칠만에 열릴 KEDO 회의 전까지 3국의 입장차 조율이 가능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미일 3국과 EU(유럽연합) 등 4자가 참여하는 집행이사회는 KEDO 사업과 관련된 공식적인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지금까지 관례상 투표없는 만장일치제로 의사결정을 이뤄왔다.

이 때문에 대북 중유제공 중단 문제에 대해서 어느 한쪽이 끝내 반대할 경우 공식적으로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하지만 3국 모두 북핵사태 대처과정에서 3국간 이견노출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는차원에서 한국이든 미국이든 어느 한쪽이 입장을 양보할 가능성은 있다는 지적이다.

3국은 KEDO 집행이사회 이전까지 한일 외무회담, 한미 차관보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면서 공통입장의 도출을 시도할 계획이다.

◇중유수송선의 '운명'=지난 6일 싱가포르를 출발, 북한을 향해 항해중인 11월분 중유를 실은 중유수송선의 항로는 14일 KEDO 집행이사회 이후 결정된다.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

우선 이번 KEDO 이사회에서 미국이 11월분부터 당장 대북 중유제공을 중단키로 주장하고 한일 양국이 이에 동의할 경우 북한을 향해 항해중인 중유수송선은 뱃머리를 돌려 회항하게 된다.

반면 미국의 입장변경으로 일단 11월 중유제공 계획은 지속키로 의견이 모아질 경우 중유수송선은 예정대로 북한행을 계속한다. 11월 지원분을 실은 대북 중유수송선은 오는 18일께 북한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러나 뉴욕 KEDO 이사회에서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일단 중유수송선은 북한 영해 근처의 공해상에서 KEDO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면서 대기하게 된다.

한미일 3국은 이번 TCOG에서 KEDO 집행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이같은 '공해상 대기' 결정을 내려 놓았다.

하지만 공해상 대기기간이 길지는 않을 전망이다. 바다에 선박이 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미일 3국은 빠른 시간내에 회항 또는 북한행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단결정시 파장=한미일 3국이 북핵사태 대응책의 하나로 대북 중유제공을 11월부터 중단시키기로 최종 결정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격랑에 빠져들 전망이다.북한이 즉각 3국의 조치를 제네바 합의의 파기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유제공 중단을 자신들의 제네바 합의 파기선언의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3국의 조치에 반발해 미사일 실험발사 유예조치의 해제 등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북핵사태는 북한과 한미일 3국간 전면대치 양상으로 급격히 전개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 북일대화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되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북한이 중유수송 중단을 이유로 지난 94년 제네바합의 체결 이후 동결시킨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에 돌입할 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

중유는 물론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의 즉각 중단 등 제네바 합의가 완전 파기국면에 접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일전불사'의 각오가 없이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유제공도 제네바 합의의 한 요소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경수로 공사문제나 북한 핵시설 동결 문제 등이 제네바 합의에 포함돼 있다"면서 "중유공급만이 제네바합의의 전부는 아니다"고 말해 중유공급 중단 결정이 날 경우에도 이 합의의 '틀'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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