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投票순조… 9시쯤 당락 윤곽

국경없는 경제전쟁과 통일문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욕구 분출과 갈등구조 등 격랑을 헤치고 나가야 할 21세기 '대한민국호'의 첫 선장인 대통령을 뽑는 제 16대 대통령선거의 투표가 19일 오전 6시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번 대선의 유권자는 전국 3천399만1천529명(대구 182만7천162명, 경북 204만4천285명)으로 이들은 전국 1만3천471개(대구 578, 경북 991) 투표소에서 오후 6시까지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투표율은 대구 , 경북 , 전국 %로 지난 15대 대선 때의 대구 26.3%, 경북 23.3%, 전국 36.4%와 비교할 때 다소 떨어진 것이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의 노무현, 하나로국민연합의 이한동,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사회당의 김영규, 국태민안호국당의 김길수 후보 등 6명의 후보들도 투표를 모두 마쳤다.

개표는 투표가 마감되는대로 전국 244개 개표소별로 (대구 8, 경북 24) 이뤄지며 빠르면 오후 6시반쯤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개표기의 도입으로 당락 윤곽은 15% 안팎의 개표가 진행되는 오후 8시쯤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선관위는 당선자는자정 이전에 확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투개표에는 투.개표 관리 인력 18만4천여명이 투입되며 이 가운데 비공무원 투표사무원은 6만9천71명, 개표사무원은 1만3천528명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31년만의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져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한 판세로 미뤄볼때 각 후보 진영과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유효투표수의 47~48%인 1천300만표 안팎의 득표로 당락이 갈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단일화로 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투표를 불과 1시간반 가량 앞둔 18일 밤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대선 판세에 중대변수로 등장,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에 따라 투표율은 지난 15대 대선 때의 80.7%와 비슷한 80%선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속에 양자대결임에도 정 대표의 노 후보 지지철회로 인한 정치 불신감 때문에 부동층과 정 대표 지지층의 일부가 기권, 투표율이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 등은 18일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마라톤 유세전을 벌이는 것으로 지난달 27일 후보등록 이후 22일간 계속돼온 공식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16대 대통령 선거의 당선자는 빨라진 개표작업 덕택에 20일 오후 9시를 넘어서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선과 달리 개표 및 검표 작업이 전자개표기를 통해 이루어져 오후 8시 정도면 15%를 넘는 개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정쯤이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개표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관계자는 "도시 지역의 경우 9시를 전후 하면 개표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박빙의 표싸움을 벌일 경우에는 확정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초반에 표차가 벌어지면 예상보다 빨리 개표작업이 마무리되고 당선자의 윤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개표 작업은 오후 6시 투표 마감과 함께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전국 244개 개표소로 옮겨져 시작되며 각 개표소는 개표 대상 투표함의 3분의 1 이상이 도착하면 개표에 들어간다.

이 경우 도시지역의 경우 오후 6시30분부터 일제히 개표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진다. 대구에는 중구청과 수성구청 등에 8개 개표장에서, 경북은 24개 개표장에서 일제히 개표 작업이 이루어지며 20일 새벽 1시 이전에는 개표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개표기는 분당 220장, 시간당 1만3천200장 이상의 투표용지를 처리할 수 있으며 전국적으로 960대의 개표기가 가동된다. 선관위측은 개표 현장 특성상 초반 개표율은 떨어지겠지만 9시를 넘으면 5%, 10시를 넘으면 70%대의 개표 진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당선자 윤곽은 늦어도 10시 이전에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각 방송사들은 6시 투표마감과 함께 출구조사를 통한 후보별 예상 특표율을 발표할 예정이며 선관위측으로부터 개표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중계한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김대중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국립서울농아학교 강당에 마련된 청운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김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국민이 가장 큰 관심과 참여를 보여준 「국민 총참여 선거」이자 어떤 관권시비도 없이 공정한 관리가 이뤄진 역사상 초유의 공명선거라』면서 『이 모든 것을 국민의 성숙도와 민주주의 발전의 표시로 보고 자람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모든 국민이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 투표율 전망

19일 오전 6시부터 투표에 들어간 16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이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9시 현재 투표율은 총 유권자 3천499만1천여명 중 373만8천여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가해 10.7%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지난 15대 대선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11.6%와 16대 총선때의 11.1% 보다 낮은 수치다. 대구 지역 투표율은 12%, 경북 지역은 10.3%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이날 최종 투표율이 제14대 대선때의 81.9%, 제15대 대선때의 80.7% 보다 낮은 75~7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대선 투표율이 87년 13대 대선때 89.2%, 92년 14대 대선 81.9%, 97년 15대 대선 80.7% 등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투표율이 80%보다 다소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지난 9, 10일 전국의 유권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에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95.3%로, 15대 대선 직전 의식조사와 같았지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80.5%로 15대 때의 88.4%보다 7.9% 포인트 줄었다.

또 18일 있은 국민통합 21 정몽준씨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도 투표율을 내리는데 다소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5%를 넘는 부동층의 최종 표심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한편 정씨 지지층의 일부가 아예 투표장을 찾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운동과 전체 투표율을 떨어뜨렸던 세대인 20.30대 젊은층이 이번 선거기간중 보여준 관심도를 고려하면 투표율이 15대 대선에 비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12~14일 실시된 일반부재자 투표의 투표율이 93.7%로 거소투표자를 합할 경우 15대 대선의 전체 부재자 투표율96.8%와 비슷한 수준이며 대학구내에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3개 대학의 투표율이 89.6%를 기록한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가 치열한 양강의 박빙 구도로 진행된 탓에 투표율의 미묘한 차도 당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최종 투표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표율이 80%를 넘으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유리하고, 80%를 밑돌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역대 대선에서 평균 투표율보다 낮은 연령대는 20대였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젊은층의 참여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젊은층에서 지지도가 높은 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역별 투표율도 변수다. 한나라당은 영남권을 비롯한 우세지역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고, 민주당은 충청, 호남권 등에서의 투표율 제고에 막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 투표 이모저모

대선 투표일인 19일 새벽부터 많은 시민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최고령 할머니에서부터 젊은이까지 높은 관심을 나타낸 것. 그러나 오전 투표율이낮아 선관위를 긴장시켰으며, 정몽준 대표의 새 발표에 시민들은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정몽준 대표 이야기 만발

○…영주 휴천2동 제2투표소에서 한 비구니스님(44)은 "밤 사이 정몽준 대표의 지지 철회라는 큰 변수가 발생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네것내것 찾는 모습이 심경을 착잡하게 만든다"고 했다. 봉화군 봉화읍 제3투표소에서 만난 박모(32)씨는 "세계 올스타팀과 축구 중계를 보려 일찍 일어나투표했지만 정 대표 소식을 듣고 또 한번 정치권에 실망했다"고 했다.

○…포항 대흥초교, 지곡초교 투표소 등에는 유권자들 상당수가 아침 일찍 이 소식을 모르고 나왔다가 뒤늦게 듣고는 "정말이냐"고 확인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포항시립도서관 투표소 근처에서는 일부 정당원들이 잡담하는 척 하며 이 소식을 흘리자 일부 유권자들이 "왜 투표소 근처에서 그런 말을 하느냐"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 월성2동 제5투표소에서 박모(48)씨 등 5명은 한결같이 "불신과 배반을 밥먹 듯 하는 사람들이 국가 원수 될 자격이 있느냐"고 개탄했다.

○...영천의 한 유권자는 정 대표때문에 투표 대상을 바꿨었다는 한 유권자가 기권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예천읍 노하리 제1투표소 김모(42)씨는 아예 기권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새벽부터 투표소로

○...투표 시작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새벽 5시40분쯤부터 대구 평리3동 투표소에는 주민 행렬이 이어졌다. 대구 봉덕1동사무소 투표소에도 유권자들이 줄을서 투표 시작을 기다렸고, 대구 진천동 제6투표소에도 오전 5시50분부터 5, 6명이 나와 기다렸다. 주민 김희석(57)씨는 "투표하고 등산 가려 일찍 나왔다"며 "경제는 물론 정치도 살아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 고산1동 투표소에 새벽 일찍 나온 류일하(78)씨는 가장 먼저 투표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류씨는 "선거 때마다 가장 먼저 투표해 왔다"며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데 이 정도 적극성은 보여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구 봉덕3동사무소 투표소에는 3대에 걸친 가족이 함께 찾았다. 이구관(87) 석소인(78)씨 부부는 딸.사위.손녀들과 함께 오전 7시10분쯤 투표를 마쳤다. 의성 금성파출소는 김성규(81) 조용조(82) 할아버지와 주갑덕(81) 할머니를 112순찰차로 태워 투표토록 도왔다.

○…대구에서 제일 먼저 투표를 마친 곳은 서구 내당1동 제4투표소인 애락원. 이곳 유권자는 모두 39명으로 오전 9시20분쯤 투표를 모두 마쳤다. 경북도내 총 991개 투표구 중 선거인수가 132명(부재자 1명 포함)으로 가장 적은 봉화군 재산면 갈산2리 투표소에는 오전9시까지 33명이 투표했다.

◇화제의 투표자

0---이번 대선 유권자 중 대구 최고령자인 함만복(110) 할머니는 오전 10시쯤 수성4가동 제1투표구에 혼자 나와 투표했다. 할머니는 "혼자 투표소에 오느라힘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후보를 요량껏 찍었다"며 "주민등록상 110살이지만 실제로는 2, 3살 적다"고 했다.

대구 남구 최고령 유권자는 이천동 제2투표소 100세 이덕로(100.이천동) 할아버지의 부인 정인이(75)씨는 "실제보다 나이가 더 많게 돼 있어 최고령자가 된 것 같다"며"오후쯤 모시고 투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북구 남자 최고령자 이목성(100세) 할아버지는 오전 7시쯤 침산1동 제2투표소에서 '연륜있는 한표'를 던졌다. 달성군 최고령 유권자인 박달막(104·유가면 음리) 할머니는 평생 선거 때마다 꼬박꼬박 투표장을 찾았으나 이번엔 몸이 불편해 거소투표로 대신했다.

○...대구 동인 1.2.4가동 제1투표소에 사냥견 '요셉'을 데리고 나온 조선영(25)씨는 "평소 오전 6시부터 30분 동안 애완견을 훈련시켜 왔다"며 "애완견도 투표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0---군위 고로면 양지리 주민 50여명은 2∼3명씩 조를 나눠 오전 6시부터 투표소에 나가 지난 17일 구속된 '화북댐 백지화 투쟁위원회' 간부 3명의 조기석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0--상주에서는 지난 8월6일 북한에서 이주해 온 이모(여.34.서성동)씨가 오전 9시쯤 계림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이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해 기쁘다"고 말했다.

○...청도 운문사 학인 등 27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은 오전 9시쯤 단체로 버스를 타고 투표했다.

◇투표장 불편.마찰

○…울릉군내 7개 투표소에는 민주당 투표 참관인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투표가 시작됐다. 유권자들은 지난 밤 내부 분열 때문에 참관인들마저 포기한 것이 아니냐며 우려했다.

○...대구 침산3동 제2투표소에는 투표소라는 안내표지판조차 나붙지 않고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 무렵엔 운동장 건너편 투표소 불빛까지 잘 보이지 않아 투표소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일부 유권자들의 불만이 터졌다. 오전 7시쯤 투표를 한 이 동네 주민은 "이사온 지 얼마 안돼 이 동네의 고정 투표소를 잘 모르는데 새벽에 나와보니 안내표지판조차 미비했다"고 했다.

○...대구 칠성2가 김재석(35.자영업)씨도 투표장소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매일신문사에 불편을 호소했다. 선관위가 보낸 안내문에는 ㄷ산업으로만 표기가 돼 있는데 동네주민들에게 물어봐도 위치를 모르고 전화번호도 나와 있지 않다는 것. 그는 "안내문에 투표장의 약도를 그려넣든지 아니면 전화번호라도 적어놓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선관위가 투표율을 높이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봉덕3동사무소 제1투표소에는 오전8시30분쯤 시각장애인 가족이 점자를 읽을 수 없다며 대신 투표 허용 여부를 문의했다. 긴급히 남구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이런 경우 장애인이 지명한 2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투표가 이뤄졌다.

◇투표 못한 사람들

○...대구 평리3동 투표소엔 집행유예 중인 우모(67)씨가 찾았다가 헛걸음을 했다. 선거법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없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나왔던 것. 우씨는 "투표안내문이 오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며 "선거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대구 최고령자인 칠곡1동 박무순(124세) 할머니는 기력 쇠진으로 투표에 불참했다. 칠곡1동 4투표소에서 투표한 며느리 백태선(63)씨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는 편찮으신데도 투표장까지 갔다가 기력 부족으로 포기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 제 16대 대선의 의미

역대 모든 선거가 그때마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이었지만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이번 16대 대선만큼 정치에서 문화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까지 파급효과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는 없었다.

대변혁의 시기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변화의 속도는 엄청나다. 하루가 다르다. 그리고 국내에서든 국제적으로든 그 도도한 물결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는 중차대하다.

우선 이번 대선은 21세기의 첫 대통령 선거다. 단순히 세기가 바뀔뿐 만 아니라 그 의미도 전적으로 다르다. 20세기는 막을 내렸다. 그 시대를 지배하던 정치구조도 퇴조하고 있다. 바로 3김 시대의 종언이다.

이번 대선은 3김시대와 포스트 3김시대로 정치적 시대구분을 짓는 선거다. 물리적으로도 3김씨의 그늘은 사라지고 있다. 이미 세 사람으로 대표되는 권력독점의 '제왕적' 리더십과 정치계보는 와해됐다. 대신 새로운 정치 리더십의 출현이 필요한 시기다. 아직 그 빈 자리가 채워지진 않았다.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물결과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갖고 16대 대선이 치러진 것이다.

그리고 20세기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그늘을 길게 드리웠던 갈등 구조 또한 그대로인 상황에서 세대간 대결구도까지 보이며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잠복해 있다 선거 막판 두드러진 노선 갈등과 색깔 공방, 노사문제와 도농의 격차 등 빈부의 갈등과 계층 갈등 그리고 아직 선거판세를 좌우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지역 갈등 등 이 모든 요소가 한데 뒤엉켜 있다. 다만 지배적인 갈등구조가 불거진 것은 없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소된 것은 아니다. 변형되거나 다양해진 것일 뿐이다. 여기에다 세대간 정치성향의 극명한 대립 현상도 드러났다. 40대의 중간지대를 사이로 50대 이상과 386세대 이하로 갈린다. 이 대립구조는 기존의 갈등 구조보다 더 폭발력이 있는 요인인지도 모른다. 새 지도자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밖으로 돌려봐도 불안 요인은 산재해 있다. 낮아지고 엷어진 국경을 넘어 물밀듯 밀려드는 경제전쟁의 물결, 핵문제와 대량 살상무기 판매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있는 북한의 향배로 인해 여전히 세계적인 불안지대로 남아 있는 한반도,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것이 없다.

이런 산재한 과제를 새 대통령은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국가체계를 잡고 그 질서를 확립하고 합리적인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권력 부패와 비리,지역갈등, 소모적 정쟁으로는 또다시 좌절과 나락의 길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절체절명의 시기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선거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또하나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은 새로운 선거문화가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미디어선거는 정착단계에 들었다. 특히 인터넷은 기존 언론의 위력을감소시켰다. 대규모 인원동원, 금품살포, 흑색선전 그리고 폭력 등 20세기 선거운동 방식은 효력을 잃고 정책과 이미지 대결, 그리고 사이버 세계의 각축전 등 21세기식선거운동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또한 정치문화에서도 인터넷은 유권자의 직접적인 참여를 가능케 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선거는 하향식.점지식 공천,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공룡 정당 등의 정치문화도 변화의 도마 위에 올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왔음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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