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을 문화의 충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세대든 직종이든 지역이든 남녀든 가릴 것 없이 모두 기호 2번이었던 호남과 TK는 예외였지만 기성세대와 신세대, 해방전 세대와 해방후 세대, 20세기와 21세기, 주류와 비주류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대결이었고 거기서 21세기 새로운 문화가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빌려 썼고 그 틀을 활용했을 뿐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민주당 정권의 연장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탄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노 당선자측의 주장이다. 민주당이라는 낡은 껍질을 깨뜨리는 작업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태헌 민주당 경북선대본부 총괄단장은 "노 당선자는 이미 탈DJ의 길을 걸어왔고 또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DJ정권이 성공하지 못한 정권인데 그 승계자라면 호남이 아닌 전국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을 수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또 "노 당선자도 DJ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순간 국민들은 등을 돌릴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80%에 가까운 지역의 반대자들 가운데 다수는 DJ가 싫어서, 민주당이 싫어서, 노무현이 DJ의 후계자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회창이 DJ정권이 하는 것보다는 더 잘 할 것 같아서 1번을 찍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DJ가 싫은데 부패하기도 했고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지역발전은 더디기만 하고. 그래서야 표를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몰염치라는 것이다. 결국 이곳 사람들 다수가 보기에는 노 당선자와 DJ간에는 절연(絶緣)이 안된 것처럼 비친 것이다.
그렇다면 TK가 바라는 노 당선자에 대한 희망사항은 보다 분명해진다. DJ정권이 걸었던 길을 가지 않으면 된다. 또 DJ보다 몇 배의 노력을 더 투입하면 된다. 5년간 병이 더 심화되는 과정을 거쳤으니 치료도 더 오래 걸릴 것은 자명하다.
또 분명히 절반에 가까운 반대자가 있고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비판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후보. 지역정서에 맞서 깨지고 터지고 했음에도 굴하지 않은 사람 등의 트레이드마크로 지역감정이 극복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지나친 오만일 수도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 내 합리적인 세력들을 결집시키고 한 쪽만 존재하는 극단적 정치문화를 극복하고 정책과 비전으로 대결하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혁신을 통해 표를 얻을 수 있는 기반도 만들지 않은 DJ 정권 5년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바로 민주당의 환골탈태에 대한 요구다.
그래야 노무현이라는 사람으로 대표되는 변화의 시대에 "TK도 예외가 아니다"며 동참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다.
5년 전 DJ 정권 초기 동진정책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자존심이 유달리 강한 TK사람들은 호남의 영남 '점령'이라고 인식, 기대를 접고 등을 돌렸다. DJ 정권은 이 지역에 대해 동서화합을 기치로 극소수 기득권층과의 제휴를 추진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역의 대표도 아니었고 지역 여론을 주도하지도 못했고 심지어 배신자 비슷하게 내몰리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민주당이 어렵고 궁지에 몰렸을 때는 이미 DJ 주변에 남아 있지도 않았고 일부는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또 개혁과 진보 일변도로 나가서도 안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노 당선자의 승리가 진보의 보수에 대한 승리로 규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바람이라는 '노풍'에서 시작해 월드컵의 열풍과 정몽준 바람이라는 '정풍', 그리고 마지막의 단일화 바람인 '단풍'까지 올 한 해 불어닥친 바람이 모두 개혁과 진보에 대한 열망에서 나온 것이라는 판단은 오산이다. 온건 개혁성향 인사들의 우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권기홍 영남대 교수는 "변화의 욕구가 승리의 원동력이지 단순히 개혁과 진보가 보수와 수구와의 투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다"며 "그런 점에서 기성세대의 상실감과 허탈감 그리고 패자의 상처까지도 감싸 안는 당선자의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노 당선자는 한 발 더 나아가 DJ정권 최대의 오점이라고 할 수 있는 편중 인사, 편중개발에 대한 시비의 불식에도 주력해야 한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 측근들은 "호남의 지지를 받았지만 노 당선자가 호남에 뿌리를 내린 지역의 맹주가 아니다" "당선자도 인사문제가 DJ정권 실패의 최대 원인이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 노력을 최우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개발 불균형과 TK지역 소외 주장에 대해서는 민주당 인사뿐 만 아니라 학계 인사들까지도 "특정지역 예산 배정액 늘리기 등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된다 해도 단기 처방일 뿐"이라며 지방분권의 추진만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 당선자가 선거 기간 중 "서울의 눈으로 서울의 입장에서 지방의 문제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며 "지방의 눈으로 지방의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말을 기억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방 대통령'이 돼 달라는 요구다.
이런 기대가 사라진다면 'TK역할론'이나 '영남중심론'이 성장할 터전을 마련해 줄 공산이 크다.
이는 순수한 대구.경북의 발전 논리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정치적 이익과 기득권만 유지시키는 새로운 지역주의고 고립주의라는 것이 노 당선자 주변의 시각이다. 또 "5년 뒤에 보자"는 식의 변형된 '대구집권론' 내지 '대구정권 창출론'도 "과거 개발독재시대에나 가능한 시대착오적 논리일 뿐 자생력을 기르지 않고 정권 창출에만 집착해서는 지역의 발전과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자기 혁신과 노 당선자의 인사탕평책 그리고 지방화 공약에 대한 강력한 추진만이 노 당선자가 TK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김학기 민주당 대구선대본부 정책실장은 "그럴 때 TK의 반 DJ, 반 민주 정서 극복은 물론 반 노무현 정서의 성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필립 리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국제합의 위반은 북한문제가 유엔으로 가는 결과를 낳는다"고 북핵사태의 유엔 안보리 상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커 대변인은 미국이 위협이나 약속위반에 응해 대화에 들어가지 않으며 북한이 이미 서명한 조약이나 합의를 지키도록 그들과 협상하거나 그들에게 유인책을 제공하지도 않겠다고 종전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미.일 3국은 이와 관련, 내달 초 긴급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및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를 갖고 대북 경수로 중단문제를 포함한 구체적인 대북후속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잇단 봉인해제 조치는 예상이 되던 바"라면서 "북한의 다음 단계에 따른 3국간의 가능한 조치에 대한 포괄적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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