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임기말 명분없는 特赦 속뜻 뭔가

지난 31일에 단행된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것으로 도저히 그 저의를 이해할 수가 없다.

김 대통령은 집권 5년동안 무려 6번에 걸쳐 1천만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 국민 5명중 1명꼴로 사면혜택을 준 것으로 나타나 그야말로 대통령의 권한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계제에 이번 7번째 사면은 너무나 의외인데다 국경일이나 대통령의 취임 등에 맞춰 국민화합차원에서 단행된 그 전례에도 없는 너무나 엉뚱한 나머지 국민들도 의아해 하고 있다.

이번 사면이 오죽 못마땅했으면 현직 부장판사가 "판결문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사면이 단행되는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제도적으로 막기위해서라도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이 뽑은 이들로 구성된 사면심사회가 청구해야만 특별사면이 가능하도록 하자"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겠는가.

특히 이번 사면대상인 김영재 전 금감원부원장보와 최일홍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각각 판결이 확정된지 짧게는 두 달 길게는 4개월밖에 안된데다 일부는 항소까지 포기하고 기다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얘기는 이들에 대한 '사면배려'가 사전에 이미 교감이 있었다는걸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 아닌가. 그런 탓인지 일부에선 이번 사면은 이 두사람에게 '면죄부'를 주기위해 다른 사람들을 적당하게 끼워넣었다는 극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각종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인데다 대통령 아들의 비리와도 연계돼 있어 '대통령 아들 사면'의 전초전이라는 억측까지 낳고 있는 마당이다.

또 이 정부가 5년내내 입만 열면 성토했던 IMF체제를 부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나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을 사면해 버린건 '자기 모순'인 데다 열심히 수사하고 재판했던 법.검을 비롯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까지 우롱한 것이나 다름없다.

입법.사법.행정의 모든걸 한꺼번에 무력화시킨 명분없는 이번 사면은 임기말에 '내손으로 내사람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다음 정부엔 절대 물려줄 수 없는 폐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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