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내가 잘나 스타

"음악에 필요한 것은 오직 귀".

비틀즈의 음악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 남긴 명언이지만 당시에는 그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귀만 있으면 누구나 작곡이 가능하다.

음치만 아니라면 사람의 목소리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악보가 없어도, 악기를 못 만져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주비행선과 같은 효과음, 최신의 음이 수록된 컴퓨터만으로도 유행음악을 만들 수 있다.

최고가의 기계가 생명이고, 기계가 지닌 여러 샘플만 조합해도 훌륭한 작곡이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데뷔하는 가수들 중에는 싱어 송 라이터가 많다.

중고시절에 데뷔하여 음악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지만 입으로 소리내는 것은 기발하기만 하다.

주변사람의 칭송이 이어지고 하나부터 열까지 떠받드는 이들로 가득하다.

자기가 잘나 스타가 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주변의 도움(?)으로 재계약은 거의 성사되지 않는다.

일본 연예계는 우리와 다르다.

연예인 지망생은 보수를 받지 않고 도제관계 속에서 '선생'을 숭배하며 '끼'를 배운다.

운 좋게 데뷔하여 음반이 잘 팔려도 세일즈맨보다 못한 월급으로 견디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들을 소속으로 둔 매니지먼트사의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들을 키워낸 '쟈니스'는 히카리겐지가 활약한 때가 최고의 황금기였다.

음반의 재킷을 히카리겐지의 일곱 멤버에 맞추어 7종류로 나누어 판매했다.

같은 노래지만 멤버를 모두 좋아한다면 7장의 앨범을 모두 구입하도록 유도했다.

중고생의 호주머니를 지나치게 노린다는 비난을 예상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스포츠와 올림픽을 후원했다.

'쟈니스는 스포츠 진흥에 흥미가 있다''쟈니스는 올림픽을 응원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나갔다.

뜨면 배신(?)하고 배신하면 보복(?)하고…, 이제는 달라지는 연예계와 만나고 싶다.

올해 3월에 SM과 계약이 만료되는 신화는 어떤 모습일까.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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