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지역에 화해와 화합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민관이 함께 현안해결에 나서고 정치계가 이에 가세, 중앙정부 예산을 따내는 등 단합된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조해녕 대구시장이 취임 후 상공단체를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전위부대로 내세우고 '저자세'행정을 펴면서 각계 각층이 하나된 목표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을 비롯 대구경북 산업디자인센터 건립비와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건립비 부족분의 올 정부예산 반영이 가시적인 성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화합과 단합은 지역사회의 변화를 발전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장과 상의 회장은 동반자
지난해 6월 취임한 조 시장은 일찌감치 상공계와의 공조를 선언하고 지역의 주요현안을 상공계를 앞세워 추진하고 있다.
문희갑 전 시장이 수년간 질질 끌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던 지역연고 프로축구단을 취임 4개월만에 '대구시민프로축구단'이란 이름으로 탄생시킨 것이 첫 번째 작품이다.
월드컵 붐 등 주변 상황 변화요인도 있었지만 상공인단체인 상의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조기에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돈줄을 거머쥔 상공인들이 스스로 발기인에 참여하고 시민단체와 노동계,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시민축구단 창단열기를 민간중심으로 조성해 나온 결과다.
또 지난해 12월 조 시장과 노희찬 대구상의 회장은 함께 대구시민프로축구단인 '대구FC'의 창단승인요청서를 들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찾아 지역의 하나된 힘을 과시했다.
적은 공모금으로 인해 구단부실화를 우려, 창단승인에 미온적 입장을 보여왔던 프로연맹이 양대 기관장의 단합된 힘과 의지를 확인하고서는 올 'K리그'에 참가할 수 있도록 '대구FC'를 '제11구단'으로 창단승인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9일에는 조 시장과 노 회장이 매일신문사 주최로 서울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 경제인들을 별도 초청한 자리에서 대구시민프로축구단에 대한 설명회와 함께 자본금 출연 제의를 했다.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예산도 지역민이 하나되면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올 정부예산에 반영된 대구경북 산업디자인센터 건립비(50억원)와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건립비 부족분(70억원)이 좋은 예이다.
두 예산 모두 산업자원부와 기획예산처 초안에서 빠졌으나 국회예결위 심의과정에서 반영된 것으로 예산편성과정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고 평가한다.
단순한 지역우선 논리보다는 3천여평의 부지를 내놓으면서 부가가치와 효과 등을 역설, 수차례 관계부처 장관과 차관을 만나고 산업자원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산업연구원의 문까지 두드리는 등 지방정부를 적극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민.관이 하나돼 지역에서 전문산업디자인 역군을 배출할 수 있는 산실을 만들게 된 셈이다.
◆대구시와 경제계 갈등
지난 수년동안 최악의 위기에 처한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각계각층의 역량 결집이 절실한 데도 지역의 대표기관인 대구시와 대구상의의 관계가 비꼬여 지역경제현안을 두고 공동보조를 취하지 못한 사실은 지역민들이 다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IMF로 섬유산업과 건설업체의 도산이 잇따르고 지역경제가 하청경제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데도 대구시와 상의는 이렇다할 대응책 하나 내놓지 못한 채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지방정부와 경제계, 정치권이 합심해 중앙정부에 특단의 지원책을 요구해도 힘이 부칠 때였다.
당시 대구시가 중국의 자매도시인 칭다오에 대구전용공단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대구상의는 북한의 개성에 대구전용공단을 조성하겠다고 엇갈리게 발표하기도 했다.
양 기관 수장들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 불협화음은 2001년 3월 당시 대구상의 회장이 중도하차할 때까지 계속됐다.
이는 지난 1995년부터 7년동안 양 기관이 대구지역 경제문제와 현안해결을 위한 일에 머리를 함께 맞대 중앙예산을 따오거나 한 목소리로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기에 부적절한 상태였음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할분담이 화합하는 길
취임 5개월째 되는 조해녕 시장은 "중앙정부가 정책결정, 예산반영 및 배정권을 독점하고 있긴 하지만 대구시와 경제단체, 정치권이 하나로 합치면 시책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고, 예산을 따 올 수 있는 등 대구경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 시장은 시정부, 상공계, 정치권이 '따로국밥'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면서 지역의 모든 현안과 경제문제를 상의 등 민간단체를 앞세우고, 시는 정책과 행정을 지원하는 쪽으로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다.
밀라노프로젝트 등 시책사업을 주력 민간단체에 맡기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뿐만 아니라 조 시장은 지역 계층간, 업종간, 노사간 사소한 반목과 갈등 해소를 위해 각 전문업종별 조합이나 전문가집단이 연합, 대구시와 공동전략을 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역의 각계각층이 공동보조를 취할 때 중앙정부로부터의 정보, 지원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책연구소와 민간연구소의 인사들이 대구지역 세미나 등에 참석할 경우 직접 만나거나 지역 연고자 중심으로 '대구포럼'을 가동, 주제별 세미나를 연중 잇따라 개최, 정보를 교환하고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2001년 3월 대구상의 회장직을 맡고 난 뒤 경제인들의 단합을 위해 사비를 출연하는 등 노력해온 노희찬 회장은 "대구경제는 전문계층별 화합을 바탕으로 대구시장과 상의회장이 쌍두마차가 돼 끌고 가야 한다"고 말한다.
"상의가 바로 중앙정부에 건의안을 내거나 대구시가 민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정책을 건의하는 것보다는 양 기관이 공동추진안을 내고, 예산반영을 요구한다면 더욱 어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대구시와 대구상의가 지역경제와 산업관련 청사진을 사전에 제시하고 경제인들이 중심이 돼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참여를 이끌어내면 사업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그 효과도 배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새해벽두 화두는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이다.
우리 대구사회에서도 화합과 단합을 외치면서 계층간, 그리고 보수와 진보간 갈등을 걷어내야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구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역시 힘을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대구시가 중심이 돼 시책과 경제현안 관련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경제단체와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할 때 화합은 도모된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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