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공격에 대비해 대규모 병력을 증파하고 이탈리아가 미군 전투기에 자국 영공 통과를 정식으로 허용하는 등 이라크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은 12일 유엔의 승인이 없으면 대(對) 이라크 군사공격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영국 거취가 이라크전 가능성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유엔 노선 따라야"=클레어 쇼트 영국 국제개발부장관은 12일 영국 I TV 방송의 한 프로에 출연, 영국은 미국이 자체적으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막을 의무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쇼트 장관은 "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위험한 시기에 영국의 역할은 미국이 유엔의 과정과 보조를 같이하고 유엔의 권위를 지지하며 유엔의 노선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전운 고조=약 200명의 미공군 병력이 12일 오후 독일 기지를 떠나 걸프지역으로 향하는 등 수천명의 미군 병력이 걸프지역으로 향할 것을 명령받았다고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밝혔다.
지난 10일 내려진 승인에 따라 걸프지역의 현 병력에 6만2천명이 추가 배치돼 내달 중순까지는 걸프 주둔 미군 병력이 모두 15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관리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2월 중순까지는 모든 배치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 장관은 지난 10일 이 지역에 대한 미군의 파병이 개시된 이후 단일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3만5천명의 추가 파병을 명령했다.
◇이라크 결사항전 의지=이라크는 결사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11일 알제리를 방문, "이라크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준비가 돼있으며 공격을 받으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국영 '알-줌후리야'지는 이날 바그다드의 알-카라흐 지역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수 천명의 바트당 소속 무장대원들이 미국의 공격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군사 훈련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중동.국제기구 중재외교=중동 아랍국가들의 이라크전 반대 목소리가 다시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집트, 요르단 등 역내 지도자들은 12일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강한 기대감을 피력하고 나섰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이날 요르단 관영 페트라(Petra) 통신과 회견에서 "신이 금지하는 전쟁이 발생하면 이는 큰 문제일 것"이라면서 "이라크 국민이나 전세계에 미칠 비극이 어떠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사우디의 사실상 지도자인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자는 "중동 지역에 함대와 병력이 집결하고 있지만 신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영감과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을 막기위해 중동 아랍국 순방에 나선 압둘라 굴 터키 총리는 11일 리야드를 방문한데 이어 12일에는 테헤란에 도착, 이란 지도자들과 만나 위기 해법을 논의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12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가뜩이나 정세가 불안한 중동지역에서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며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리=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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