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修能 반올림' 맹점 알고도 버티나

수능 성적 반올림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뒤바뀌는 불이익을 당한 수험생을 구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불합리한 대학 입시제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학에 수능 성적을 원점수가 아닌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한 점수로 제공해온 교육인적자원부의 관행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적 기재 방식이 바뀐 지난해 입시부터 '수능 반올림' 제도의 모순은 수험생·학부모는 물론 대학과 입시 관계자들에 의해 이미 누누이 지적돼 왔다.

적지 않은 논란과 비난을 부르기도 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이번 결정을 얻어낸 학생처럼 수능 성적이 합격자보다 높았지만 불합격한 경우를 배려했다면 벌써 시정하는 게 옳았다.

그러나 교육부는 표준변환 점수처럼 기재 방식 일원화는커녕 뒷짐만 지고 있었으며, 소수점까지 따져가며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입시 풍토를 개선하겠다고 줄기차게 고집해 오지 않았던가. 더구나 이 같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는데도 입시 전형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므로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책임을 떠넘기는가 하면, 내년도입시부터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번 결정을 얻어낸 서울대 입시 1차 전형 탈락자는 다행히 2차 전형에 응시할 기회를 얻게 됐으나 이를 계기로 같은 점수 산정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서울대를 비롯한 25개 대학의 입시 업무가 혼선에 빠지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반발과 소송이 이어질 건 뻔한 일이다.

혼란이 불가피하더라도 모순된 제도 때문에 합격이 불합격으로 바뀌는 억울한 학생들은 당연히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거나 얼버무릴 게 아니라, 당장 올해 응시자들 중에서도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대학들과 이마를 맞대고 구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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