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공무원인 김성호(53)씨는 요즘 저녁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영진사이버대학 e비즈니스학과에 지난해 9월 입학한 뒤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기 때문. 학기 중에는 하루 2시간씩 수업을 받지만 방학 중인 요즘은 배운 과목들을 복습하는데 열중이다.
아버지 덕분에 대학생 아들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돼 다행이라는 김씨는 "책을 놓은 지 오래 돼 힘들지만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할 수 있어 만족한다"며 "한달에 한 번 갖는 동료 학생들과의 모임도 새로운 재미"라고 자랑했다.
학교에 다니지않고도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사이버대학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개교 초창기에는 홍보부족으로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학마다 지원자가 크게 늘어난 것. 직장인 위주의 특별전형을 최근 마감한 대구사이버대의 경우 사회복지과, 특수교육학과는 특별전형만으로 정원을 넘어섰으며 다른 학과들도 정원에 거의 육박하는 지원율을 보여 대학 관계자들이 놀라고 있다.
■사이버대학이란
사이버대학은 교육인적자원부 인가를 받은 정규대학으로 기존 대학처럼 4년제는 140학점, 전문대는 80학점 이상 취득하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수능성적과 관계없이 입학할 수 있고 지난해부터는 병역 입영연기 혜택도 주어져 고교 졸업예정자도 다수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자금 융자는 물론 대학원 진학, 편입학, 연말 소득정산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수업은 기존 대학강의와 같은 내용이 인터넷상에서 음성과 동영상으로 전달된다. 성적은 출석과 시험, 과제물 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사이버대학은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학위를 취득하거나 재교육을 필요로 하는 직장인들에게 적합하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사이버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약 80%가 20~30대 직장인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지체장애인.군인.자영업자 등 일반 대학에서 공부하기 어려운 이들도 많이 지원하고 있다.
■어떻게 선발하나
전국에서 올해 신입생을 모집하는 사이버대학은 모두 16개. 학사학위과정 14개 대학과 전문학사 학위과정 2개 대학이다. 모집정원은 지난해보다 7천여명 많은 2만3850명이다. 대부분 대학이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만 갖고 심사하며 등록금은 100만원 안팎으로 사립대학의 1/3 수준이다.
특히 대구사이버대.세민디지털대.영진사이버대학과 원광디지털대 등 4개 영.호남지역 사이버대학은 (주)다음커뮤니케이션 후원으로 다음(www.daum.net) 사이트에 오는 18일까지 장학생 선발 공동창구를 개설하고 있다. 장학생은 퀴즈.학교명 2행시 짓기 등 이벤트형식으로 모두 116명을 선발할 예정이며 수업료 전액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대구사이버대(www.dcu.ac.kr)는 2002년 대구·경북지역 첫 4년제 사이버대학교로 개교했다. 다음달 5일까지 인터넷학과.e경영학과.특수교육학과.사회복지학과.법무행정학과 등 5개 학과에서 1천명의 신입생과 275명의 편입생을 모집한다. 편입 자격은 대학 1년 과정(35학점) 이상 수료자로 2학년에 편입한다. 일반전형은 자기소개서로만 선발한다.
세민디지털대(www.usm.ac.kr)는 지난 2001년 전국 첫 사이버대학으로 문을 열어 오는 19일 첫 전문학사 졸업생을 배출한다. 지난해 4년제 전환 인가를 받았으며 대구 하계U대회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사이버교육 공식 대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실용영어학과.관광경영학과.디지털미디어학과.사회복지학과에서 600명을 모집한다.
지역에서 유일한 2년제 사이버대학인 영진사이버대학(www.ycc.ac.kr)은 오는 25일까지 컴퓨터공학계열.산업시스템경영학과.e비즈니스학과.사회복지학과에서 700명을 보집한다. 사이버대학생을 위한 실습용 워크스테이션 서버 2대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학과별로 오프라인 보충교육을 실시,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
■문제점 및 개선방향
사이버대학은 올해 출범 세 돌을 맞지만 아직 제도가 미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일반대학은 다양한 평가 실시와 함께 그 평가 결과에 따른 재정지원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이버대학은 아무런 재정지원이 없는 것.
또 사이버대학 재학생이나 교직원들은 일반대 학생.직원과 동일한 신분보장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하철 요금 혜택에서 제외되고 사학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석 세민디지털대 교학처장은 "사이버대학들은 현장 직무에 필요한 전공의 심화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 일반대학에 비해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며 "사이버대학의 수준향상을 위해선 일반대학과 같은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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