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일상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모아 다큐멘터리식으로 재연한 모방다큐가 방송가에서 치열한 시청률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방송 용어로 모큐멘터리(mock와 documentary의 합성어)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말그대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들을 모방해 연기자들이 다큐멘터리식으로 엮어나가는 것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모방다큐물은 각 방송사에서 2, 3개씩을 내보낼 정도로 오락 프로그램의 대세로 자리잡은 형편이다.
대표적인 것인 지난해 10월 첫 방송에 들어간 KBS 2TV의 '두뇌쇼 진실감정단'과 MBC의 'TV 특종 놀라운 세상'. 매주 화요일 오후7시에 나란히 방영되는 이 프로들의 이번주 방영분을 들여다 보자.
'올해로 119세의 생일은 맞은 옥할머니. 노익장을 과시하려는 할머니는 가족들의 축하속에 케이크위에 올려진 119개 초를 한번에 끄려다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만다.
생일상이 장례상으로 바뀐 것이다.
과연 진실일까'. 프로그램 내용 대다수가 이런식으로 진행된다.
일요일 오전 10시 50분에 방송되는 '기적체험 구사일생'도 KBS 2TV의 대표적인 모방다큐물. 위험한 상황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당사자와 구조자, 목격자의 시점에서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이에 맞춰 MBC는 '신비한 TV서포라이즈'를 일요일 비슷한 시간대에 내보내고 있다.
또 SBS는 토요일 오후 6시 30분에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간판 프로를 통해 실제 법정에서 일어난 희귀한 이야기들을 재연하고 있다.
모방다큐들이 이처럼 안방 극장가의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한 원인은 몇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웃기를 강요하며 과장된 몸짓이나 자극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기존 오락물에 식상한 시청자들의 입맛을 들 수 있다.
모방다큐가 성공할 수 있는 또다른 배경 중의 하나는 방송 환경의 변화와 방송사의 필요성 때문.
즉 드라마로 대표되는 픽션을 만들기에는 많은 아이디어와 제작비가 필요하며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에는 너무 긴 제작 기간을 투입해야 하는 방송사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도 모방다큐의 전성시대를 여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연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여러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잡아 낼수가 있어 연기자의 재연을 통한 다큐멘터리물이라는 부조화의 극복이 가능해진 때문이다.
그러나 모방다큐물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녹록지는 않다.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소재 빈곤이라는 우리 방송사의 고질적인 문제에 부딪혀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장된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 프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방다큐물의 생명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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