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웅 장보고, 최인호 입담과 만나다

최인호(55)는 역시 입담좋은 이야기꾼이었다.

문학적 감수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인간군상을 치밀하게 묘사해온 그의 재능이 '해신(海神.열림원 펴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것 같다.

이야기는 난데없이 일본 전국시대 얘기부터 시작된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끄는 연합군과 다케다 가쓰요리가 이끄는 무적의 기마군단의 최후결전 장면이 세세하게 묘사된다.

통일신라시대의 해상왕 장보고 얘기인 줄 알았는데 방향이 틀리지 않았는가. 30여쪽 가까이 읽어가다 보니 다케다 가쓰요리 가문이 모시던 신라명신(新羅明神) 혹은 적산명신(赤山明神)이 등장한다.

작가는 다케다 가문의 시조이자 일본 역사상 가장 용맹하고 무사다웠던 미나미토 요시미쓰가 자신의 이름을 신라사부로(新羅三郞)로 바꾼 비사를 추적한 것이다.

신라사부로는 신라명신 불상 앞에서 성인식까지 올리며 신라명신을 평생의 수호신으로 삼았다.

신라사부로는 장보고와 같은 삶을 살길 원했던 것이다.

작가는 아직까지도 일본에서 신라명신으로 신격화된 인물이 장보고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데 성공한다.

지금까지 장보고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우리 역사에서 비참한 패배자이자 반역자로 인식돼 왔다.

신라의 정쟁 속에서 귀족들의 음모에 빠져 반역자로 암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그의 진정한 위업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해적들에 의해 팔려가는 신라 노예들을 보고 분노했던 휴머니스트였으며 우리나라 불교사상에 선종의 구산선문을 강력하게 뒷받침했던 종교 개혁자이자 사상가였다.

장보고는 미천한 해도인이라는 자신의 신분에 절망하지 않고 중국에 건너가 군공을 세워 진중소장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또한 당나라와 일본의 삼각무역을 통해 삼국의 바다를 국경없이 다스렸던 해상왕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역사속에서 다시 빛나는 승자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국경을 초월한 세계인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작가는 평범한 역사소설을 쓰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일본 중국 이라크 터키 이집트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우리 역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세계인'이었던 장보고의 일대기를 추적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술방식과 추적과정을 상세히 묘사한 것에 미뤄 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한 소설이다.

모두 3권이지만 현재 2권까지 출간돼 있다.

최인호씨는 "역사속의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시 부활하여 살아나는 장보고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