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는 오스트리아 군대에 짓밟힌 조국을 위해 오페라 '나부코'를 만들었다.
이 오페라는 지금까지도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받으면서 여전히 지구촌 곳곳의 무대에 올려져 사랑을 받고 있으나 베르디의 원래 의도에도 맞아 떨어졌었다.
당시 '나부코'가 관중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이탈리아가 강대국의 압제를 벗어나 통일을 이루는 데까지 큰 영향력을 미쳤던 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예술은 이 같이 어떤 주의나 주장을 바로 내세우기보다는 정서적인 울림을 빚지만, 그 '부드러움의 힘'이 엄청난 폭발력을 동반하게 되기도 한다.
▲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지금까지도 대구지역의 예술 활동은 위축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큰 공연예술은 말할 것도 없고, 소규모나 개인 차원에서 벌이는 활동도 사정이 여의치 않기는 거의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해 문화지수 발표에서 드러났듯이 근년 들어 대구는 '문화·예술 도시'라는 전통과 자긍심이 흔들리고 있을뿐 아니라 위기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와중에 최근 대구 중구청이 '문화예술진흥기획단' 발족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모은다.
장르별 전문가들로 구성될 이 기획단이 이달 중으로 출범하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삶의 질 높이기, 문화 기반 시설 운영의 내실화와 활성화, '찾아가는 공연'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거리로 나서는 '작은 음악회' 등의 소규모 공연은 예술의 생활화와 도시의 정서적 분위기 끌어올리기 등에도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대구의 중심지인 중구에는 4대문 등 많은 문화유산들이 사라졌지만 경상감영공원·약령시·봉산문화거리, 새로운 명소로 등장한 국채보상기념공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생활과 바로 연결돼 온 동성로·야시골목 등도 내세울만한 곳들이다.
이들 도심의 자랑할만한 곳들을 새롭게 부각시키면서 신선한 문화 마인드로 상승작용을 하게 한다면, 전통문화와 첨단 인프라가 어우러져 새로운 빛을 뿜어내고, 정서 함양은 물론 자원화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게다.
▲문화·예술은 은밀하게 우리의 삶을 고양시켜 주며, 때로는 예기치 못한 폭발력을 가지며, 고부가가치 창출과도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제한된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시대도 아니다.
거리로 나서는 문화를 '싸구려' 쯤으로 여기는 경향도 없지는 않지만, '누구나, 어디서나' 자유롭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고, 그렇게 돼야 한다.
우리는 찾아가서 예술을 향유하는 여유도 가져야겠지만, 가까이 다가서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구의 새로운 발상은 신선해 보인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