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순간에도 '살신성인'

18일 경남 합천호에서 발생한 대구소방헬기 추락 사고 때 크쉬슈토프 루친스키(50) 조종사와 유병욱(40) 부조종사는 대형 사고임을 알고도 자신들의 안전은 제쳐둔 채 함께 탔던 동료들을 탈출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구조된 사고 헬기 탑승자들의 증언으로 드러난 것. 이들은 19일 오전 2차례로 나뉘어 이송돼 경북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10시쯤에 먼저 장성모(40·소방장) 정비사, 마이클 딕비(61·영국) 헬기 설계사, 아르카디우슈 브로니슈(42·폴란드) 기술팀장이 승합차에 태워져 이송됐고, 11시10분쯤에는 스와보미르 비트총크(33·〃) 헬기 디자인 담당, 스와보미르 그와스(29·〃) 조종 이론 강사가 구급차로 옮겨졌다.

그 중 외국인들은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우리에겐 언급할 권한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지만, 장 정비사는 목을 깁스해 매우 힘들어 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의 진술을 대구소방본부 측이 종합한 결과는 실종된 유 부조종사가 사고 순간 뒷자리에 탔던 생환자 5명에게 "위험하니 빨리 뛰어내리라"고 독촉해 생환자 5명이 그 즉시 물속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

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들이 사고 후 헤엄쳐 뭍에 도착한 뒤에도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 비비며 잠들지 못하게 경계하는 동료애를 발휘해 위기를 넘겼다고 전했다.

대구소방본부 배경식 방호과장은 "생존자들은 발견 당시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모습이었다"며, "조종사들의 살신성인 자세와 살아남은 5명이 똘똘뭉쳐 동료애를 발휘한 결과"라며 놀라워했다.

생존자들은 19일 오전 CT촬영 등 검사를 받은 뒤 오후 2시쯤 정식으로 병실로 옮겨졌다.

경북대 병원측은 허리 골절상을 입은 마이클 딕비씨는 3, 4일 더 치료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나머지는 부상이 가벼워 20일쯤 퇴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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