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제왕적 대통령 사절합니다'

낮엔 여야총무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밤엔 TV앞에서 국민들과 만난 노무현 당선자의 '토요일 행보'는 역대 대통령들의 제왕적 몸놀림에 익숙해있던 국민들에게 엄청난 격식파괴를 보여주었다.

일각에선 여전히 잔설(殘雪)같은 우려가 남아있지만 노무현 특유의 '발상의 전환'이 참 엄청나다는 느낌을 받는 이가 적지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선자의 이같은 행보가 성공적이기를 기대한다.

그의 행보는 무엇보다 향후의 여야관계, 특히 대통령과 국회와의 관계에서 커다란 질적(質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대표들을 제쳐놓고 여야 총무를 직접 만나, 대통령이 정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해 온 일방통행식 정치의 종식을 선언하고 의혹사건의 진실규명을 다짐했다.

또 "국가적 운명이 걸린 대외·통일정책은 국회와 사전조율을 통해 초당적 협력을 구하겠다"고 했으며 TV대화에서도 "주요정책은 국회에 직접 나가 설명하고 여야의원들과도 수시로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자의 이같은 파격(破格)엔 소수정권이 향후 국정운영에서 순항하기위한 계산도 함께 했을 것이다.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법, 인사청문회법의 통과부터가 목전의 숙제였을 터. 그러나 그렇다손 치더라도 야당이나 비판세력이 이를 막무가내로 꼬집을 이유는 도무지 없다.

기존틀에 얽매인 사시(斜視)로 보자면 걱정과 비판은 끊임없을 터이고, 그래서 '정치실험'이란 표현도 나오지만 당선자의 신선한 정치적 결정이 5년내내 이어져서 좋은 결실을 맺는다면 참으로 큰 보람일 터이다.

노무현 당선자의 이 '열린 생각'이 집권내내 닫히지 않길 바란다.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에서 자주 야당이란 벽에 부딪히고 '한계'를 경험하다보면 그의 정치개혁의 열망은 식고 말지도 모른다.

이렇게되면 제왕적 대통령, 정치불신이 다시 부활되리란 것은 짐작키 어렵지 않다.

우리는 당선자의 의지가 당장의 대증(對症)요법, 정략적 제스처가 아니길 믿는다.

또한 향후정치의 성공의 책임, 실패의 책임의 반쪽이 야당에 있음도 믿는다.

참으로 모처럼의 기회, 여야가 함께 부응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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