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를 꼽으면 '붉은악마'와 '노사모', '촛불시위'를 들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불특정 다수 대중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으며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세력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불과 몇년 사이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한 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인터넷의 영향력은 대중문화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70년대 통기타와 80년대 운동권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문화 세력이 기존 주류 대중 문화의 틀을 깨는 역할을 맡았다면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매개체가 대중문화의 질적 양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 일반인을 대중문화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변신시킨다는 점에서 'e-문화 혁명'이라고까지 불리우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형성되는 대중 문화의 현주소를 간단하게 들여다보자.
검색전문사이트인 심마니에서 '음악'이란 단어를 올리면 1만2천개의 관련 사이트가 뜬다.
또 '영화'와 '소설'이란 주제어에는 7천200개와 3천700개의 관련 사이트가 등장한다.
물론 이들 사이트의 대부분은 지금까지 전문가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를 단순히 받아들이던 일반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계명대 신문방송학과 김관규 교수는 "인터넷의 특징 중 하나는 저렴한 참여 비용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문화·정치·사회적의 비주류 집단(대중)들이 굉장한 파워를 가진 생산자 기능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아가 인터넷은 대중의 입맛에 맞도록 문화의 콘텐츠까지 바꾸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대중 문화의 주소비자로 부상한 청소년 층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사이버 세계에서 그들만의 대중 스타를 만들어 내며 오프라인을 통해 형성된 어른들의 대중문화 아니라 그들만의 주도적인 문화를 생산해 낸다.
매일 1만여명이 넘는 청소년 시청자가 드나드는 청소년인터넷방송국(www.kybc.org)의 경우를 보자. 10개 채널과 전국에 12개 지국이 네트워크로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방송국은 기획에서 제작까지가 모두 10대 청소년들의 몫이다.
이를 통해 이성과 진로 문제를 다룬 다큐물을 비롯 10대들의 춤과 음악을 다룬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고 있다.
또 13세 미만만 가입할 수 있는 주니어 네이버의 경우 320여개의 가상 방송사 등 2천여개의 대중문화 클럽이 활동하고 있으며 야후 꾸러기에는 7천여개가 대중문화 클럽이 있다.
이들 클럽의 주제 또한 고전음악에서 헤비메털까지, 독립영화에서 방송드라마까지 모든 부문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부작용도 만만치는 않다.
여과장치 없는 정보 전달에 따른 건전한 정보의 왜곡과 익명성을 전제로 한 고의적 문화 왜곡 현상 등이다.
특정 예술인이나 연예인들 대상으로 한 안티사이트의 등장과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한 특정 문화 코드의 지나친 부각 등이다.
계명대 김 교수는 "이러한 인터넷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적 제도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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