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교육혁신이 무섭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 취임이 한달 남짓 남았다.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과 구상이 발표되고 있어 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일면 불안감도 없지 않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참신한 내용이 담겨 있어 한번 기대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고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는 등 교육개혁을 10대 과제 중에 하나로 선정한 점은 참혹한 우리의 교육현실에 비추어 기대할만 하다.

지난 5년간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개명하고, 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7번씩이나 그 수장을 바꾸어가면서 실시한 일련의 교육개혁정책에 비추어 보면 인수위의 내용은 그 참신성과 강도가 훨씬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우리의 교육문제가 이제야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하는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왜냐 하면 정치는 현실이고 교육은 미래이다.

정치는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을 그 본질로 삼고 있는 반면 교육은 일관성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안된다.

따라서 교육은 이를 천직으로 삼고 살아가는 교육자에게 맡겨져야 하며, 본질적으로 정치가나 관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대통령이라 해서 이러쿵 저러쿵 간섭해서는 전혀 득 될 일이 없다는 것을 지난 5년을 통해 절실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지난주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는 '교육인적자원 정책방향'에 대한 언론보도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교육개혁으로도 모자라서 보다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교육혁신'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닌 심의 의결기관으로 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할 일은 누가 교육의 현장에 설 수 있는가, 그 최소한의 자격을 규정하고 그 규정에 맞추어 각급 교육기관에 교사가 임용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갖추어 주고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제반 교육여건을 갖추었는지 감시하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 어떤 학생에게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하며, 이를 어떻게 결정하는지는 이들 교육자들과 학부모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다.

지금 우리의 교육 부재, 교육 위기의 상황은 교사-학생-학부모로 형성된 교육의 최전선, 그 현장에 정치가와 정부관리가 개혁한답시고 이래저래 간섭해서 빚어진 상황임을 이제 깨달아야 한다.

10대 과제에서 천명한바와 같이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손을 떼는 일이야말로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학입시 관련 정책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우리 젊은이들의 99.5%가 고등학교 과정은 이수하고 이들 중 70%이상이 2년제 이상 각급 대학에 진학하여 이제 대학교육은 원한다면 누구나 받게 되는 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나서서 대학마다 학생을 어떻게 선발하는지 간섭할 이유가 없고 간섭해봐야 이번 소수점 반올림 사건과 같은 황당무계한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대학입시야말로 이제 각 대학에서 알아서 할 일이며 대학마다 나름의 교육이념을 갖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나름대로 학생을 모아 나름대로 가르치면 된다.

제대로 하는지 못하는지는 학생과 학부모가 판단하게 되어있다.

대학입시에 관한한 가능한 빨리 정부가 손을 뗄수록 교육정상화가 그만큼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

이번 발표된 교육정책방향에 포함된 내용 중 또 하나의 좋은 예는 현재 임의기구인 교수회를 법제화하고 이사회 구성 및 총장선출 방식 등 국립대학의 의사결정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교육혁신을 논할 때가 아니다.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우리 교육 현장에서 또 무엇을 뜯어고치고 버리고 하기보다는 교육을 천직으로 삼고 살아가는 선생님들을 다시 제자리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를 잘 선정해 5년 임기를 다하게 하는 일이다.

이를 실현시킬 수만 있다면 역대 가장 존경받는 교육대통령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백성기 (포항공대 교수, 포항가속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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