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개혁 '어떻게 돼가나'

인수위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참석한 가운데 정치개혁실현을 위한 국정토론회를 가졌으나 이날 제시된 정치개혁 과제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정치개혁연구실에서 안을 마련해서 토론의 장에 올려놓은 것이기 때문에 확정된 것이 아니며 좀 더 논의과정을 거쳐 정치개혁안이 마련될 것"이라면서 "그 안을 추진할 것이냐는 문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고 (공개할 경우)혼선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 당선자의 정치개혁구상을 밝힐 경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와 여야 정당이 정당개혁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등에 대해 포괄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노 당선자가 인수위를 통해 정치개혁방안을 연구하고 추진하는데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당정이 분리된 상태에서 노 당선자가 지나치게 정치개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부터 정책인수에 나서야 할 인수위가 왜 정치개혁 과제들을 점검하느냐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지적은 비판적이다.

이에 정 대변인은 "'왜 대통령당선자가 인수위에서 정치개혁문제를 논의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면서 "각 당이 정치개혁과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것이 자기 살을 잘라내는 자기혁신과정이라서 보기에 따라서는 잘 안될 것이라는 의구심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과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이 잘 굴러가지 않을 때 국민적 의제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고 덧붙였다.

정 대변인의 이같은 언급은 각 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이 노 당선자의 의중과 흡족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을 경우 국민과 더불어 강도높은 정치개혁 추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노 당선자가 어떤 방식으로 나서게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인수위는 인수위의 정치개혁과제 선정에 대한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 등을 의식, 이날 논의된 정치개혁과제들에 대해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23일 정치개혁에 대한 과제를 보고받으면서 노 당선자가 구상하고 있는 정치개혁구상의 윤곽이 드러났다. 노 당선자는 이날 "정치개혁의 핵심은 국민과 당원들에게 정치적 의사결정권을 돌려주는 개혁이어야 하고 지역구도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제도마련도 함께 역설했다.

인수위에 설치된 정치개혁 실현 태스크포스팀(팀장 임혁백 정치개혁연구실장)은 국민참여와 국민통합 투명한 청정정치, 수평적 협력정치, 디지털정치 등을 5대목표로 설정하고 ▲국민참여형 정책정당실현과 ▲신진정치인의 진입장벽해소 ▲지역주의 구도 완화와 정당정치 발전을 위한 선거제도 개선 등 10가지를 '10대 제안'으로 제시했다.

태스크포스팀은 대통령과 국회-정당간 협력정치 구축을 위해 '전국 정상회의'의 정례화와 인터넷 정치헌금제, e-정치 활성화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 등도 제안했다. 그러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지역구도 타파 방안이다.

노 당선자가 이날 오후 열린 민주당 연찬회에서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기지 못하면 저는 반(半)통령이 되고, 정권을 잡은 게 아니라 반(半)권을 잡은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이와 관련, 주목된다. 이날 인수위가 마련한 지역구도타파방안의 핵심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복합선거구제로의 전환 등 선거구제 개편문제다.

그러나 인수위는 이날 논의된 정치개혁방안을 공개하지 않고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선거구제 문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 다양한 의견이 검토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정치개혁실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서는 특정지역을 특정정당이 싹쓸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1인2표의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치개혁연구실은 또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구제 전환에 대해서도 정치신인들의 참여가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 복합선거구제를 대안으로 추진하는 방안과 함께 현재의 지역구 인구편차를 3대1 이내로 좁혀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크게 늘리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후원회 결성 범위 확대와 포괄적 선거운동 제한 완화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또 정치자금 투명화와 선거공영제 확대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가칭 '정치자금 청정구역'(Internet Political Bank)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설치, 소액다수의 정치 헌금 문화를 정착시켜나간다는 방안도 내놨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민주당 盧-韓 대립 계속되나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한화갑 대표가 당 개혁활동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열린 민주당 연찬회에서 노 당선자는 지도부에 대해 기득권을 포기할 것을 권고했고 한 대표는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당 지도부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이것 하나만 포기하면 다른 쟁점이나 다툼없이 당 개혁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또 "내 손으로 대의원을 선출하고, 대의원이 지구당위원장을 선출하고, 대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지도부 선출 때 권리를 행사하고 대접받는 구조인데, 누구의 심판도 받지 않는 대의원에게 심판받는 것이 기득권"이라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반면 한 대표는 '개혁활동 무용론'까지 제기하며 반대했다. 그는 "이미 우리당은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고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하는 등 앞서가는 개혁 정당을 이뤄냈으나 대선이 끝난 다음 또다시 개혁의 바다에 휩쓸리고 있다"며 개혁파의 몰아치기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어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 "권력분산에는 효과적이지만 당 운영에는 결코 도움되지 못한다"며 "여당으로서 행정을 뒷받침하고 야당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당 대표의 권한이 어느 정도 보장된 지도체제가 필요하다"며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했다.

원내정당화 문제 등 개혁활동의 제도적 마련방안과 관련해서도 "현재의 개혁활동은 다음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나온 방법론적 행태"라면서 "목적이 아니고 수단의 일환이라면 제도개혁보다는 운영의 묘가 더욱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 정치구도 변화에 대한 경계심을 표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민주, '2월 全大'놓고 신구 대립

민주당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신·구주류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23일 열린 연찬회에서 신주류측이 '2월 전대론'을 들고 나오면서 구주류측의 반발을 불러온 것.

당내 개혁파 의원모임인 열린개혁포럼 총괄간사인 장영달 의원은 "지도체제가 최고위원제가 아닌, 중앙집행위원제로 된다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나 최고위원 선출할 필요가 없으므로 내달 중순에 전당대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그러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된다면 2월 전대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2월 전대론에 조기 인적청산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는 구주류는 물리적으로 2월 전대 개최가 어렵다고 비판하면서 3, 4월 중 치를 것을 주장했다. 송석찬 의원은 "사고당부가 많아 이를 정리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데다 당 개혁을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기 위해서도 대통령 취임 후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4월말쯤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체제와 관련해서도 한화갑 대표, 한광옥 전 대표는 "당이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하고 내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선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개혁파들은 여전히 중앙 집행위원회 제도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립양상을 띄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노 당선자, 언론에 '불편' 토로

23일 민주당 연찬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인사에 대한 언급이 유독 많았다. "나는 함께 승리한 사람들을 요직에 참여시키는 문제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여론 주도층의 생각에 대단히 불만이 많다. 다른 사람 다버리고 노무현 혼자만 (정부에) 들어오라. 한 사람이라도 데리고 오면 측근으로 몰아 혼을 내겠다는 분위기가 서글프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이를 정면 돌파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언급은 대통령직 인수위에 별로 참여하지 못해 불만인 민주당 당직자들을 달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단히 불만이 많다', '서글프다'는 용어에서 보듯 당직자 달래기용으로만 보기엔 표현이 강했다. 특유의 직설적인 표현과 꾸밈없는 성격을 감안하면 노 당선자 자신이 정말 여론이 불만이고 서글프며 정면 돌파할 자신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노 당선자가 언급한 '여론 주도층'은 누구를 지칭한 것일까.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에 대해 언론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비판으로 일관했던 일부 거대 신문에 대해 노 후보는 '정면돌파'를 외쳤지만 정작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당선자의 신분이 되자 이들의 비판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풀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여론에 귀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노 당선자 역시 서글프다는 표현에 앞서 반대 의견이 왜 나오는지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선입견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언론 또한 올바르게 여론을 전달했느냐는 점에 대해서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독과점이라는 우쭐함에서 자기 과신에 몰입돼 있지는 않은지도 고민해야 한다. 여론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는 상품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독과점 언론이 여론을 왜곡한다면 국민의 귀가 막히고 눈이 멀게 된다. 관점에 따라 이론도 있고 반론도 있겠지만, 많은 노 당선자를 지지한 국민들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러한 현실을 목도했다고 주장한다. 언론, 특히 몇몇이 독과점하고 있는 신문시장이 노무현 정부 아래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한나라, 개혁놓고 정체성 고민

한나라당이 정치개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당의 정체성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과격·급진적 개혁보다는 온건 개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열린 '선진 민주사회 구축을 위한 한나라당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열린 워크샾에서 정진형 경희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급진 개혁 세력이라고 선언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이 살 수 있는 길은 온건 개혁 노선으로 당의 정체성을 찾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국민들의 이념적 성향의 분포도가 중도 우파를 중심점으로 종모양을 하고 있다"며 "당의 정치적 승리는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현 여야 구도 속에서 한나라당이 정치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여야 중 누가 온건 개혁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념적 공간을 선점하는가가 현 단계 한국정치의 이념전에서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주장한 뒤, "집권세력(민주당)도 중도 노선을 표방할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기존의 보수적 입장을 강조한다면 수구세력으로 몰릴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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