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험설계사 달라지는 위상

*보험아줌마 NO, 재테크전문가 YES

친지 중 으레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인 보험모집인. 그러나 이 직종의 판세가 최근 들면서 많이도 달라지고 있다.

모집인 숫자가 대폭 감소하는가 하면, 저학력자.여성 중심에서 고학력자.남성 강화 쪽으로 급변하고 명칭이 '생활설계사' 'LC'(Life Consultant) 'FC'(Financial Consultant) 등으로 바뀌면서 역할도 재테크 전문가로 갈수록 전문화.특화되고 있는 것이다.

◇모집인 급격히 감소=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판도 변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 모집인 전체 숫자의 감소를 들었다.

전국 숫자가 IMF사태 이전엔 30만~40만명에 이르렀으나 최근엔 10만명대로 줄었다는 것.

보험의 양대 축인 생명보험(사람)과 손해보험(물건) 중 생명보험 모집인 경우 작년 10월 말 현재 전국 등록자가 15만6천590명에 불과한 것으로 협회 통계에 나타나 있다.

대구는 10월 말 현재 8천462명으로 집계돼 4개월만에 1천여명 감소했다.

또 한 축인 손해보험 모집인과 관련해 협회 대구상담소 관계자는 "손해보험 시장규모나 모집인 숫자를 생명보험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잡으면 된다"며, 대구에서는 작년 9월 말 현재 2천994명이 모집인으로 등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화 추세 뚜렷=관계자들은 또하나 특징으로 모집인 중 여성의 감소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현상을 꼽았다.

전국 생명보험 모집인 중 여성은 14만17명, 남성은 1만6천573명으로 9대 1 정도의 비율을 형성하고 있지만 남성 숫자에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여성은 4개월 사이 1만2천여명 감소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생명보험협회 대구지부 최복영 대리는 "IMF사태 이후 남자는 늘고 여자는 주는 추세"라며 "이는 보험사들의 구조조정과 전문성을 중시한 보험모집인 양성책 등에 영향 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더욱이 손해보험 모집인의 남녀 비율은 3대 7에 이르고, 손해보험 분야와 외국계 보험사에는 남자 모집인이 여자보다 오히려 더 많을 정도라고 했다.

남성 모집인 경우 양성 비용에 비해 여성보다 실적도 좋으며 적응력이 높아 선호된다는 것. 손해보험협회 대구상담소 권상우(47)씨는 "특히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남자가 활동하기에 더 편하고 남자는 활동 영역도 더 넓지 않느냐"고 했다.

◇전문화 경향=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모집인들의 또하나 특성으로 전문화를 꼽았다.

영업 환경이 이제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도록 바뀌었다는 것.

남성 경우 IMF사태 이후 명퇴 등 감원 바람으로 실직자들이 많이 보험모집인으로 많이 지원했으나 최근 지원자 중에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고 했다.

더욱이 남성 모집인은 대부분 대졸 학력에 직장 경력도 최소 3년 이상자가 많으며 교수.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의 참여도 최근 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여성은 아직 30, 40대 주부층이 대다수이지만, 이쪽에서도 최근 일부 고학력 설계사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돈벌이는 얼마나?=대구는 서울.부산 다음으로 큰 보험시장.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의 작년 4~9월 사이 6개월간 전국 수입보험료는 21조원 정도이다.

삼성생명 대구지원센터 박중하 센터장은 "대구의 비중은 5% 정도 돼 수입보험료가 1조원 규모는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손해보험의 대구 시장 규모는 그보다 다소 작은 8천300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협회 관계자가 추정했다.

이런 시장에서 활동하는 모집인들의 연간 소득은 10억원 이상되는 경우까지 있고 월 1천만원을 넘는 고소득자는 꽤 된다고 업계는 전했다.

삼성생명 백상흠 대리는 "우리 회사 경우 작년도 모집인 월평균 소득이 283만원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경력 4년인 같은 회사 대구영업소 전경미(45)씨는 "내 연소득은 7천만원 정도되지만 우리 회사 모집인 중 겨우 상위 40%에 드는 수준"이라고 했다.

외국계 보험회사 남자 모집인인 김기영(36)씨는 "월소득이 600만~700만원 선"이라며 "그러나 고소득을 위해서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고 재테크 상담 등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의 모집인들=ㅅ생명 하서영업소 FC 박근희(29.여)씨는 경력이 아직 채 일년이 못된 신참. 백화점 판매원으로 8년간 근무했다는 박씨는 오전 9시쯤 사무실로 출근해 하루 계획을 만들고 필요한 정보를 챙겨 노트북에 담은 뒤 현장으로 나간다.

박씨는 "많을 때는 하루 30명까지 만난다"며 "스스럼 없이 사람을 대하는 성격이다보니 일이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종일 발품을 팔고 저녁 무렵이 돼 다시 회사로 돌아온 박씨는 하루 활동을 검토하고 수집된 고객 정보 등을 노트북에 또 정리한 후 다음날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한다.

박씨는 그러나 발로 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뒤 얼굴만 맞대고 보험을 팔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 전화를 이용하는 텔레마케팅, 우편 판매 등도 중요한 세일즈 전략이다.

주부인 임희경(32)씨는 "보험 모집인이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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