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부터 한국식 교육과 미국 정규 고등교육을 함께 받은 이민 1.5세와 2세들의 전문직 및 서비스업 진출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국어보다 영어에 능통하고 자유분방했던 2, 3세 신세대들은 부모와 갈등이 있긴 했지만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획득하며 완전한 미국시민으로 자리매김했다.
1950년 하와이 민족분포는 일본계 37%, 백인 25%, 원주민 17.2%, 필리핀계 13.4%, 중국계 7%, 한인 1.4% 등으로 한국계는 소수민족 중의 소수민족이었다.
그러나 한인들은 하와이에서 가장 소득수준이 높은 부유층을 형성, 하와이 주류사회에 잇따라 진입하며 다른 민족의 모범이 됐다.
지난 70년 하와이 한인들의 연평균 소득은 1만6천622달러로 중국인 1만4천725달러, 일본인 1만3천646달러, 백인 1만1천539달러보다 많다.
하와이 전체 연평균 소득 1만1천650달러에 비해 5천달러나 높다.
하와이 한인이민사를 연구하는 이덕희(62·여)씨는 "한인들은 고수입을 올리며 다수 민족에 못지않은 사회적 활약상을 보여 역경을 이겨내고 가장 성공한 소수민족으로 인정받았다"면서 "이는 이민 1세들이 자녀교육만이 조국독립의 길이라 믿고 실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1958년에는 이민 2세인 로버트 원배 장이 하와이 정계에 처음 진출해 64년까지 주하원의원을 지냈으며 이 해 2세 필립 민이 하원의원에 선출됐다.
1.5세인 실비아 장 룩(여) 하원 부의장, 다나 이케다 교육부 이사(전 상원의원), 다나 김 상원의원(전 하원 및 호놀룰루시 의원), 재키 영 전 하원부의장, 알렉스 샌디에이고 전 하원의원 등이 현재 하와이 정계에 포진해 있다.
71년엔 2세인 로버트 최가 아시아계 최초로 연방판사로 임명됐고 3세인 로날드 문(문대양·62)은 93년부터 하와이주 대법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해리 김(64) 하와이섬(빅아일랜드) 시장, 리 도나휴 호놀룰루시 경찰국장, 2001년 하와이 최초의 여성 교육청장이 된 3세 패트리샤 하마모토 등도 모범적인 공직자로 활동 중이다.
특히 문 대법원장은 한인 이민 100년사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사탕수수 노동자였던 조부모 및 외조부모의 독립운동 지원활동과 옷가게를 운영한 부모가 펼친 고국 구제운동을 보고 자라면서 한인교회에 나가 한인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서로 돕고 뭉치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며 "이민 선조들에게서 민족적 자부심을 배웠다"고 말했다.
미주이민 100주년기념사업회 총회장인 이민 2세 도날드 김(김창원·75)도 한인들의 성장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그의 아버지는 1903년 1월13일 첫 이민선을 타고 호놀룰루항에 내렸고, 어머니는 1918년 하와이로 이주한 사진신부다.
김씨는 부모의 억척같은 삶을 본받아 하와이 최대 토목회사인 R.M.토윌사 사주로 성공했으나 개인의 영욕을 위하지 않고 부를 사회에 환원하며 사회봉사에 헌신, 동포사회는 물론 하와이의 '등불'로 칭송받고 있다.
현재 하와이 인구 121만1천537명 중 혼혈을 포함한 한국계는 전체의 3.4%인 4만1천352명(순수혈통 2만3천537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와이 어느 곳에서도 한인을 무시하지 못한다.
정치인과 고급관리, 변호사, 의사, 기업가, 엔지니어, 문화예술인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한인 2~4세들의 높은 위상과 무관치 않다.
한국전쟁 이후 경남고를 졸업, 하와이 이민길에 올랐던 부산출신의 정계성(66)씨는 지난 86년 공중파 한인방송국 KBFD TV를 개국, 한국문화를 전파하면서 인구가 훨씬 많고 이민역사도 더 오래된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한인을 부러워하게 만들었다.
이덕희씨는 "한인들은 미국이민의 첫 기착지라는 상징성을 가진 하와이가 조국광복을 위한 독립운동의 중심지였고, 후세교육에 매진해 지금의 자랑스런 '코메리칸 사회'를 일궈낸 역사적인 땅으로 인식해 끈끈한 민족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67년부터 자유이민의 물결을 타고 맨손으로 하와이로 이주한 전문직 이민자와 유학생들도 고학력과 근면성을 경쟁력으로 삼아 슬기롭게 뿌리내리며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 한인사회를 급성장시켰다.
이들 역시 이민 선각자들처럼 재산축적보다는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한국계의 절반 이상이 대졸학력으로 미국인 평균의 배나 돼 하와이 주류사회 속의 한국인 입지를 더욱 굳게 다지고 있다.
하와이의 한인업소는 1천300여개에 달하며 호놀룰루의 대표적 상권인 듀크스 레인과 인터내셔널 마켓에는 한인상점이 즐비하다.
한인들은 듀크스 레인의 관광명물인 기념품 노점가의 상권을 완전 장악했다.
하와이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 이동진(88) 원로목사는 "교회와 함께 고난을 극복하며 힘차게 일어선 하와이 한인들은 민족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히 성장했다"면서도 "미국 전체로 보면 한인사회는 여전히 비주류이므로 이민 100주년을 계기로 한글 등 민족문화 전승을 통해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한편 정·관계 등 미국의 주류층에 대거 진출, 전분야에 공헌하면서 조국의 발전과 통일에도 기여할 때"라고 강조했다.
호놀룰루=강병균기자 kbg@busanilbo.com
사진·강선배기자 ksun@busanilbo.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