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출신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황보영

"옛 동료들과 맞대결한다고 생각하니 떨리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합니다".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로 활약하다 지난 99년 귀순한 한국 여자아이스하키국가대표 황보 영(24)은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남북대결을 앞둔 요즘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북한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옛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태어난 조국을 등졌다며 자신을 경계할 차가운 시선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보 영은 복잡한 생각을 떨치려는 듯 대표팀에서 누구보다 훈련에 열심이다.

포지션은 수비수이지만 직장인과 중·고·대학생으로 급조된 '외인부대'인 대표팀에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뛰어야 한다.

막바지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하느라 몸은 지칠대로 지쳐있지만 북한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치겠다는 굳은 각오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남북한을 오가며 아이스하키 대표로 뛰게 된 기막힌 사연의 황보 영은 양띠해인 지난 79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케이트 타는 것을 유난히 좋아해 겨울이면 꽁꽁 언 강의 얼음판에서 살다시피 했고 중학교 1학년 때인 92년 아이스하키 선수가 됐다.

종성신흥고교를 거쳐 김책제철체육단에서 선수로 뛰었고 함경북도 대표로 발탁돼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성공했지만 97년 11월 가족과 함께 탈북,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인생은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

중국을 2년여 떠돌다 99년 4월 한국에 들어왔고 새로운 약속의 땅에서 간호조무사라는 어엿한 직업도 갖게 됐다.

그러나 빙판 위의 꿈을 접을 수 없었던 황보 영은 스틱을 다시 잡았고 결국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었다.

아이스하키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황보 영은 "옛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지만 나를 혹여 '배신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은 뒤 "어쨌든 후회없는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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