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혀로 소리내어 부르거나 손가락을 까닥거려 오라고 하지 마라".
유럽을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는 개를 사람처럼 대하라고 주의를 준다.
보신탕이나 집 지키는 정도로 여기는 한국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지난해 여름에 북유럽을 다녀왔는데 이곳의 애완견은 하나같이 송아지 크기의 몸집이다.
가슴에 안고 다니는 개가 아니라 버스에 태우려면 승차권을 하나 더 구입해야했다.
대중문화사에서 영국 빅토리아시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때부터 경제적 능력을 갖춘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문화를 접하여 문화의 대중화가 가속화되었다.
성적으로 무지 하기를 요구하는 금욕적인 사회분위기가 오히려 포르노그라피의 생산을 부추겨 대중문화의 소비를 늘였다.
애완동물 기르기가 열병처럼 번진 것도 이 시기다.
애견 쇼가 거의 매일 실시되었고 키우던 개를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순종 개를 소유하는 것이 신분을 나타내는 증거였고 잡종 개를 키우면 교양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사람처럼 식탁에서 밥을 먹게 하고, 미용실에 데려가 목욕을 시킨 뒤 정성껏 털을 가꾸어 주었다.
화사한 옷을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요즈음 우리가 애완견을 대하는 태도는 이때의 영국 풍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거리의 개똥과 경제는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경제적으로 궁하던 시절의 영국 개들도 그랬다.
물건을 운반하거나 양을 지키고, 도둑을 잡거나 한가하게 침이나 흘리면서 뒹구는 것이 고작이었다.
개 팔자가 달라진 건 중산층이 부유계층과 경쟁하면서부터다.
한국 경제력의 반영일까. 우리 견공들의 대우도 달라졌다.
보급된 애완견이 300만 마리가 넘고, 2005년에는 1000만 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견공들을 위한 전용 화장실이 생겨났고 하룻밤 숙박비 3만원인 전용 호텔도 있다.
대중의 정서가 부드러움에 탐닉하면 개를 떠받드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말이 있다.
대중문화에서 부드러움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고….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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