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지는 법을 가르치자

한 포털사이트가 최근 직장인 1천701명을 대상으로 직장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3%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11% 정도만 만족한다는 뜻이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국가적 생산성 경쟁력 확보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다.

서구의 직장만족도는 갤럽조사 등에 의하면 큰 변화없이 미국이 72%, 영국이 55%, 프랑스 56%, 그리고 일본이 44% 등이다.

그러나 일과 삶의 만족도를 함께 조사하면 미국이 82%, 일본 65%, 독일이 64%이므로 우리의 불만족도는 타국에 비해 상상외로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이런 상황을 인식한다면 대대적인 국민인식전환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일하고 쉬는 삶은 같지만 만족도에서 오는 큰 불만은 '행복연습' '만족연습' '지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면에서는 만족연습, 지는 연습을 하기 위한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새 정부의 공직인사에 도입한 '다면평가제'라 할 수 있겠다.

이 제도 도입의 뜻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학교교육, 학원교육에만 맡겨 공부벌레로 만들었다가는 백 번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이 제도가 성공한다면 '지는 아이'가 승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뜻한다.

'다면평가제'는 서구에서는 20년 전부터 보편화된 인사제도다.

인사대상자에 대한 동료와 상, 하급자의 평가를 반영하는 제도로서 장단점이 있겠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착된 것을 보면 장점이 많은 제도임에 틀림없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적 문화풍토에서는 동료나 하급자의 인기를 끌기 위해 회사나 기관의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나 국가경쟁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학연·혈연·지연 국가', '가방끈 문화' '줄대기 문화'의 개선책으로 서번트리더십 즉 섬기는 리더십은 부하직원을 잘 가르치고 응원 칭찬 격려하여 회사, 기관, 국가에 크게 이바지할 사람을 하급자가 상사로 뽑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 평가난의 상사평가척도는 첫 잣대가 업무수행능력과 사람 다루기(people skill)이다.

그 다음이 리더십 및 팀워크를 통한 인간개발, 인력경영, 효율적 근무능력(working smarter), 변화대응기술, 개인적 강점 등을 평가한다.

하급자평가에서는 최근 최우선시되는 요인이 컴퓨터 능력, 의사소통능력 즉 필력과 발표력, 빠른 판단력을 통한 문제해결능력, 효율적 시간배분, 고질의 직무수행능력, 책임감과 도전 및 기회포착능력, 서비스정신, 팀워크 등을 본다.

서구문화에서는 부하가 상사에게 선물을 줄 수 없다.

특히 생일날에는 타인이 생일선물을 갖다 바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일케이크를 가지고 와 동료와 하급자들과 나눠먹는다.

외국공관 20년 근무에 지금까지 상사에게 뇌물성 선물로 무엇을 줄까 걱정하는 스트레스가 없었기에 그 시간에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력, 실력, 인간관계만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성실성, 능력, 통솔 인화력, 문제해결능력, 발표력, 홍보마인드 등을 중시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 즉 불평불만세력이 아닌 긍정적 사고의 소유자가 성공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신뢰사회의 조성이다.

학연, 지연, 혈연이 싹튼 이유도 '한탕주의나 일확천금주의를 추구하는 남' 에 의해 당해본 경험에서 생겼기 때문이다.

필력과 표현, 홍보능력이 중요시 되는 사회에 토론교육이 보편화될 가능성도 있다.

통솔 인화력에는 발표력이 따르고 자신의 논리를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포함되는데, 이는 형 동생 친구들과 이기고 지는 연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외동CEO필패론'에서 '지는 법부터 가르쳐라'의 중요성은 더욱 드러난다.

외동은 성격형성시기인 7, 8세에 질래야 질 상대가 없어서, 설득할래야 설득할 상대가 없어서 논리력과 사고력이 발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수십만명을 설득해야하는 CEO가 되더라도 스스로의 스트레스 해소능력이 없어 주저앉고 만다.

이 세상에 늘 이기는 사람을 상사로 모시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지는 연습' '만족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 다면평가제에서 최종승자가 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지는 연습을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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