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멍든 여성 '도와줘요 1366' 긴급 전화상담 작년 2배

간호사인 김모(37·여·대구 수성동)씨는 1여년 전부터 온 몸에서 피멍이 가실 날이 없다.

무직자인 남편 이모(38)씨가 컴퓨터 게임, 채팅, 술 등에 빠져 남편·아빠로서의 책임감을 갖기는커녕 술만 먹으면 쌍절곤 등으로 피를 볼 때까지 자신을 폭행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남편의 휴대전화에 남긴 여자의 전화번호를 봤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온몸을 때려, 실신해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폭력을 일삼는 남편이지만 언젠가는 연애시절의 자상했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매맞는 생활을 감수하고 있다.

산업체고교 중퇴자인 장은영(17·가명)양은 얼마전에 딸을 낳은 미혼모. 1여년전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아기의 아버지이지만 장양이 임신한 사실도 모른 채 군에 입대했다고 했다.

장양은 초등학교 1학년때 부모가 이혼을 했고 지금은 각자 재혼을 한 상황. 할머니와 큰아버지 손에 자란 장양은 어릴 때부터 큰아버지로부터 성추행과 폭력에 시달려 왔다.

더구나 태교의 중요성과 부모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생각 자체가 전혀 없어 임신 중에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장양은 아기를 입양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여성긴급피난전화인 '1366'의 박외숙(37) 전화상담원은 "가정폭력, 성폭력 등의 문제는 어렸을 때 가해자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가 중요하다"며 "폭력 가정에서 자란 남성이 폭력 남편이 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가정폭력, 성폭력 등에 관한 상담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1366'을 운용하고 있는 대구시 여성회관 태평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 성폭력 등과 관련된 상담전화가 작년 한해 동안 8천758건 접수돼 2001년(3천767건)보다 2.3배나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이혼상담이 2001년 647건에서 2002년 1천294건으로 2배나 늘었으며, 가정폭력은 1천419건에서 2천435건으로 1.7배 증가했다.

또 성폭력은 218건에서 357건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태평상담소 채종현 담당자는 "가정폭력 등도 늘어나고 있지만 개설 5년째를 맞은 '1366'이 여성들에게 널리 알려진 탓"이라고 했다.

상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정폭력, 성폭력 상담이 여전히 신고·상담 전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요즘 들어서는 성매매, 미혼모에 대한 상담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

또 인터넷 보급으로 채팅을 통해 불륜이 많이 빚어지고 있는데다 IMF 이후 속칭 '보도방'을 통해 노래방 접대부 등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가정 위기에 관한 상담도 많아지고 있다.

이진희 전화상담원은 "상담내용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가정폭력의 경우 처음 폭력을 당했을 때 강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금까지 '피해자 100m 이내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가해자가 위반하더라도 검찰과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지만 '가정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는 오는 3월부터는 이를 위반한 가해자를 경찰서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강제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채 담당자는 "이 법은 가정폭력을 줄이는데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그러나 법은 멀지만 주먹은 가까운 게 현실인 만큼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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