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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책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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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이 맞서 싸워야 할 적은 속도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적중했으며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속도에 환멸을 느끼는 듯하다.

태만으로 여겨지던 느림이 여유로움과 자유라는 신선한 의미를 띄고 다가왔건만 우리는 쉽게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

빠름만이 성공의 지름길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독서 교육은 즐거움이나 감동보다 학습 효과를 높이는 수단으로 이루어진다.

독서에 대한 어른들의 무지와 지나친 욕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책을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한 훈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아이들은 소리나 형태, 감각 같은 것들은 곧잘 기억하지만 관념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빠르고 쉽게 습득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줄거리를 알고 핵심을 찾는 일이 독서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맑은 영혼과 감성으로 영화의 클라이맥스처럼 선명히 기억 속에 각인될 수 있는 절정적인 경험이 반복되어야 한다.

이렇게 읽은 책은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국 고전 읽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림 없는 그림책' '이솝 이야기' '옛날 이야기,' 다른 한 권은 정확하게 기억되지 않지만 그 책들은 어제 읽은 것처럼 생생하다.

화려한 삽화가 없어도 배경이나 주인공은 상상 속에서 또는 내 주변의 나무나 사람들과 연관지어져 살아나곤 하였다.

운동회 연습이나 대청소 시간에도 제외되는 특혜를 누렸지만 방과후까지 남아 책을 읽고 예상문제를 푸는 일은 점점 나를 따분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책 읽는 설렘과 꿈까지 앗아갔던 그 문제들은 이미 오래 전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친구들이 빠져나간 운동장을 쓸쓸하게 걸어나오던 기억만큼도 못한 것이 되고 말았다.

유년의 기억은 평생을 좌우할 만큼 소중하다.

자기만의 생각과 세계를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주어졌을 때 책 읽는 즐거움은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그것은 다양한 영혼들이 빚어내는 숭고한 만남의 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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