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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하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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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 18 9시 55분 대구 중앙로역 참사현장을 보고-

삶과 죽음을 함께 타고 내린 사람들,

중앙로역, 사랑의 속눈썹,

티끌 같은 속진(俗塵)을 벗다.

이승의 짐을 내리다.

당신의 눈물을 보내며

당신의 젊은 사랑을 보내며

삶과 죽음이 내린 중앙로역,

사랑의 길목을 끌어안고 우는 당신,

눈물로 사랑을 훔치며, 사랑의 문을 열면

차마, 하늘역으로 가는 당신의 몸 속에

불 바람 거세게 불고, 당신의 사랑, 비바람 불어

네 몸을 잠재우나니, 당신의 몸 속에서

오열하는 당신, 네 마음속을 건너가는 하늘역.

하얀 겨울 국화 꽃송이, 국화 꽃 대궁이,

겨울 찬 비속에 눈물이구나.

가장 넓은 마음과 넓은 겨울 하늘,

찬별로 울고 있어라, 죄송하게 눈물 거두며 중앙로역

죄송하게 눈물 거두며 내린 중앙로역,

숯 덩어리, 아니 재 되어 이승의 삶,

이승의 꿈 빛으로 살아 있어라.

날벼락, 날벼락, 우리의 생이별

천둥보다 더 하니, 천둥보다 더 하니

너무나 허망한 우리들 마음속 빈 방.

정말 죄송하게, 정말 죄송하게 아프게 간 길,

구구절절, 구구절절, 이승의 숱한 마지막 사연.

오직 삶의 그리움, 생명의 그리움, 잊지 말자.

금방, 금방, 중앙로역 위로 올라와 싱긋 웃으며

이동전화기 사랑의 메시지 남길 것만 같은,

삶과 죽음 헛되지 않게, 눈물 한 방울,

피, 살, 뼈, 그리운 웃음, 그리운 사연,

살갗 부비며, 이승의 문 닫고, 닫힌 전동차 문 열고

모두 눈물, 눈을 감네. 네 사랑이여, 네 그리운 하늘역

우주 속에 잠자고, 우주에서 이승으로 다시 내려오는 하늘역

네 죽은 삶을 다시 만난다.

네 죽은 삶을 다시 만난다

박해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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