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편과 딸이 이경희씨에게

당신에게!

여태껏 호강 한번 해보지 못했고, 사는 것이 무언인지 그처럼 재산걱정 자식걱정하면서 너무나 열심히 살았잖아.

이세상 어느 가정부인이 당신만큼 근검절약하면서 자나깨나 자식 잘되라고 빌고 빌더니.

여보, 이것이 무엇이냐.

저 세상 가는 길 모든 한을 놓고 극랑왕생하길 바래.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남편이

엄마!

엄마딸 민이 왔어요. 진수는 화요일날 귀국한대요.

그토록 좋은 엄마를 저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 고통없이 임종을 맞았죠.

엄마 전날에 같이 목욕갔다 왔잖아. 목욕하고 임종맞으면 좋은 곳 간대요.

부디 생로병사의 고통 없는, 다시는 아픈 허리 때문에 고생받지 않는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그토록 좋은 엄마를 저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의 사랑하는 딸이.

-사고 현장인 중앙로역 입구에 놓여진 실종자 이경희씨의 남편과 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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