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대북 비밀송금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과 고건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특검법안은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 자민련, 무소속 의원 162명이 참석해 찬성 158, 반대 1,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한나라당에서는 김부겸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고건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민주당 의원을 포함, 246명이 참석해 찬성 163, 반대 81, 무효 2표로 통과됐다.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정치적 해결은 무산됐으며 관련자들의 사법적 단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구주류와 동교동계는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후 첫 국회 결정을 거부하는데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는 점에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검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옷로비 의혹,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이용호 게이트에 이어 4번째가 된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2명을 추천받아 그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며, 특별검사는 20여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4월초쯤 70일간의 공식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70일간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1차로 30일, 2차로 2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최장 180일이었던 수사기간은 120일로 줄어들었다.
수사대상은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출한 산업자금의 대북송금 여부 △2000년 5월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송금한 1억5천만달러를 포함, 계열사별로 모금한 5억5천만달러의 대북송금 의혹 △2000년 7-10월 현대전자 영국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 매각대금 1억5천만달러 대북송금 의혹 △이와 관련한 청와대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의 불법행위 등이다.
한편 고건 총리 임명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노 대통령은 27일 고 총리의 제청을 받아 새정부 첫 내각을 임명한다. 고 총리는 노 대통령의 「개혁 대통령-안정형 총리」 구상에따라 지난달 21일 새정부 첫 총리 후보로 지명됐으며 지난 20일과 2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대북 비밀 송금사건 특검법안과 고건 총리지명자 임명동의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표결 처리됐다.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선 특검제 후 동의안' 처리 순으로 진행되면서 여야간 고성과 삿대질, 입씨름이 연출됐으며 무더기 의사진행발언, 정회, 순연이 되풀이 되는 등 볼썽 사나운 꼴이 연출됐다. 게다가 박관용 국회의장은 국회법을 근거로 한나라당의 특검법 단독처리에 손을 들어주면서 민주당이 극렬 반발하는 등 하루종일 얼굴을 구겼다.
◇특검법과 임명동의안 처리=진통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과 특검법이 상정되자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민주당이 집단 퇴장한 마당에 우려했던 실력저지나 반대토론도 없었다. 한나라당에선 소속의원 151명 전원이 출석, 14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결과는 162명 출석에 찬성 158, 기권 3, 반대 1표. 무소속인 박 의장과 소장파로 꼽히던 한나라당 김홍신.김영춘 의원은 기권했고 김부겸 의원은 '나홀로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임명동의안 표결은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특검법 처리를 보이코트한 민주당이 곧바로 장시간 의총을 열었기 때문이다. 의총장에선 특검단독 처리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단절시키려는 술수"라 비난하며 특검법 원천무효를 선언하는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그러나 이날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다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마지못한 척 본회의장에 다시 들어섰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의원 246명 중 찬성 163표, 반대 81표, 무효 2표로 비교적 무난하게 가결됐다. 민주당 의석쪽에서 모처럼 밝은 표정이 비쳤다.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대체로 만족하는 모습들이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특검법이 아니었다면 인준안은 부결됐을 것"이라며 "고 총리의 관운은 타고났다"고 촌평 했다.
◇관례 대 국회법 공방=이날 오후 2시30분쯤 개의된 본회의에서 특검법안 처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이만섭.김경재.설훈.배기선.심재권.김경천.송영길.남궁석 의원 등은 "제헌국회 이래 오늘날까지 인사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는 것이 관례"라면서 유난히 '관례'를 강조하고 다수파의 횡포를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윤경식.이주영 의원은 "다수결 원칙에 따르는 게 민주주의 원칙"이라며 소수파의 무례함을 다그쳤다. 이어 박 의장은 "관행도 중요하지만 다수결원칙에 따르자는데 따라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해 친정인 한나라당 손을 들어줬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 특검법안 주요 내용
'남북 정상회담 관련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안'이 처리돼 내달말쯤 특별검사가 임명, 특검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수사의 초점=△산업은행의 대출 외압 유무 △국정원 환전 편의 제공 △남북정상회담과 연관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지 여부에 모아진다. 특히 지난 2000년 5월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1억5천만달러를 송금하는 등 남북 정상회담 전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의 주도로 계열사별로 모금한 5억5천만달러의 대북송금 의혹이 관심사다.
남북 정상회담과 대북송금과의 연관성 규명도 핵심 쟁점이다. 송금성격이 단순히 북한에 건네진 경협자금에 불과하다면 송금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규명하는 것으로 문제가 일단락되지만 야당의 주장처럼 정부가 '뒷거래'를 통해 현대를 '창구'로 활용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는 "대북송금이 현대의 독점사업권에 대한 대가"라며 뒷거래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현대측은 "광범위한 대북 사업권 획득 뿐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송금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수사기간 및 절차=특검은 임명 후 20일 동안의 직무수행 과정을 거쳐 70일내 수사를 완료한 뒤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검사 임명은 대한변협이 대통령의 추천을 의뢰받아 1주일 이내에 15년이상 법원조직법상 직에 있었던 변호사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은 3일내에 1명을 임명한다.
수사기간은 최초 70일, 1차 연장 30일, 2차 연장 20일 등 총 120일이다. 이에 따라 내달 말부터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돼 7월말 내지 8월초면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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