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억따라 세월따라-빙글빙글 뺑뺑이 쏘세요

야! 개학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 가는 길은 즐겁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20, 30년전만 해도 교문 앞에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이 널려있었다.

뺑뺑이 병아리 포또 눈깔사탕 납짝만두…. 아줌마 아저씨들이 교문 앞에 좌판을 내놓고 수업마치고 집에 가는 아이들에게 손짓을 했다.

남자아이들이라면 호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오늘은 무엇을 할까'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곤 했다.

"병아리를 사면 며칠만에 죽을 것 같고, 포또를 하자니 자신이 없고…".

일확천금(?)을 노리기에는 역시 뺑뺑이가 최고였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뺑뺑이에 침만 잘 던지면 큰 상품을 탈 수도 있으니까. 좌판에 놓여있는 장난감 차, 필통, 사인펜 같은 상품이 마치 나를 위해 있는 것 같았다.

1974년 대구시내 한 초교앞에서 아이들의 정신이 뺑뺑이에 온통 뺏겨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아저씨가 뺑뺑이를 돌려주면 아이들은 정신을 집중해 침을 던졌다.

쏘세요! 탁, '7번'. 잔뜩 긴장해 상품목록을 살펴보면 "꽝"이었다.

아저씨의 무심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일 다시 와, 다음 사람…". 괜히 돈 1원만 날렸다.

이럴줄 알았으면 병아리나 눈깔사탕을 살걸….

아이들은 가끔 자그마한 상품을 타기도 했지만 대부분 '꽝'이었다(큰 상품을 타는 경우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요즘 너도나도 빠져드는 '로또복권'처럼…. 혹 그때 잘못 키운 버릇이 이제서야 나타나고 있는게 아닐까.

글: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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