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추적> 지하철 안전 "이것부터 고치자"

운행을 위해서는 꼭 고쳐 나가야 할 과제들로 지적되고 있다.

◇전동차 전력 공급 체계 = 전문가들은 전기가 끊기면 전동차 운행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가 끊겨도 재난 지구에서 일단 벗어나 피난할 수 있는 비상용 전력 공급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숭실대 전기제어시스템 공학부 김재철 교수는 "전동차 두 선로 중 한쪽이 과부하로 단전되더라도 다른쪽 선로의 전력 공급은 계속될 수 있도록 에너지 공급 시스템이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게 됐더라면 이번 사고 때 1080호 전동차는 피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 김 교수는 "전기적 시스템 개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위기상황 때는 언제든 출입문을 쉽게 열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지하철공사 임영달 전기팀장은 "현재 기술로는 전동차 전력 공급체계를 상하행선으로 분리할 수 없고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연구.도입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고 했다.

◇통신-보고-지휘 체계 = 지하철공사 박석규 통신팀장은 1990년대 초반에 들여 놓은 현재의 통신설비를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장비가 많이 개발돼 있는 만큼 좀 더 빠르고 신속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대응 체제 개선 요구도 적잖다. 지하철공사 노조.역무 등 관계자는 "전동차가 운행 중인 상태에서 기관사간 혹은 역간에 상호 교환통신을 할 수 있는 유기적 의사소통 체계가 갖춰져야 대형 재난 때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관사가 운전사령에게 운행 상황을 보고한 후 그 지휘 감독 아래서만 대응할 수 있는 현재의 체제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

◇지하철역 안전 장치 = 역 구내 비상등은 지하 1.2.3층 모두 전기가 끊겨야 작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처럼 지하 3층만 단전된 경우엔 비상등이 작동하지 않아 대피객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

대부분 천정에 설치돼 있는 비상등 위치도 부적절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하공간에 연기가 꽉 차고 유독가스 때문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비상등이 도움되기 힘들다는 것. 허리 정도 높이에 위치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또 소방안전협회 대구경북지부 박재홍 교수는 영화관 객석 바닥에 설치되는 피난유도등을 지하철역 바닥에도 설치하고 정전.단전에 대비해 촉광(야광 개념) 유도등은 당장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기시설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 평소에도 환기가 제대로 안됐다는 것이 역무직원들의 얘기. 한 역무원은 "밖으로 배출되는 공기 중 70% 정도가 다시 순환돼 안으로 흡입된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했다.

역사 구조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중앙로역은 30개 역사 중 이용객이 가장 많은 반면 계단.승강장 폭은 가장 좁다는 것. 방화 용의자가 탔던 성당못역의 계단 너비는 10m나 되지만 중앙로역 것은 2.5~3.2m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 역무원은 "이용자가 가장 많은 역의 구조를 왜 이렇게 좁게 만들었는지 우리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국립방재연구소 백민호 연구관은 "현재 건설 중인 2호선 지하철역부터라도 평상시 사용하면서도 비상시 긴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재 설비 방안을 연구해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구조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비상 대피소, 터널 중간의 배기시설 등 선진국 모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

◇소방 점검 체계 미비 = 현행 소방법에는 중앙로역.동대구역 같이 연면적 1만㎡ 이상 되는 지하철역은 소방 점검을 전문업체에 맡기도록 돼 있고 그보다 작은 역은 각 소방서가 2년에 1~2회 점검토록 돼 있다. 이에따라 화재를 입은 중앙로역은 2002년 경우 상반기에는 ㅎ방제, 하반기에는 ㅅ방제가 소방시설을 점검했다.

그러나 관계자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지하철공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저가입찰로 점검 업체를 선정하는 허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더우기 일반 지하철역에서는 평소 역장이 방화관리자가 돼 자체 소방점검을 하다보니 체계적인 점검이 어렵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현행 소방법에는 소방서와 합동으로 지하철역에서 매년 1회 이상 소방훈련을 하도록 돼 있지만 지하철공사는 승객 불편 등을 들어 기피, 매년 1개 역을 돌아가며 하는 정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월 1회 하는 직원 소방 교육.훈련도 소화기 사용법 등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 뿐 체계적인 화재 대비 및 승객 대피훈련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하철역 소방훈련 실시 여부와 내용 등을 점검해야 할 지하철공사 안전방재팀도 산업안전분야, 안전관리분야, 열차 사상사고 등 여러 사항을 종합 관할해야 한다는 이유로 역사별 소방훈련 및 교육 점검을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