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대책위가 대구시 사고수습 대책위원회를 부정함으로써 사고 수습 절차가 중단돼 있던 중에 지난 1일 중앙특별지원단이 대구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이번 주는 수습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중앙지원단이 풀어야 할 당장의 가장 중요한 일은 △사망자 확정 △사망자.부상자 보상 △정확한 사고 경위 규명 △은폐 기도 및 관련 기관 대응 실패 여부 규명 등으로 축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망자 확정이다.
3일 오전 현재까지 신고된 실종자는 무려 601명. 그 중 상당수는 생존.사망 등으로 확인됐고 남은 사람은 284명이다.
물론 이 숫자는 신고 증가와 조사 확인 진행에 따라 시간시간 바뀔 수도 있다.
어쨌든 신고 실종자는 이만큼이나 되지만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유해는 149구에 불과하다.
신고 실종자와 135명이나 차이 나는 것. 복잡한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왜 이렇게 됐나?=신고된 실종자가 모두 이번 참사 때 희생됐다면 135명의 사체는 유실됐다는 얘기가 된다.
1천℃가 넘는 폭열 때문에 많은 사체가 재로 변한 뒤 진화.청소 등 과정에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 또 전동차 안 사체가 완벽히 분류되지 못할 여지도 배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종 신고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이미 상당수가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난 것에서도 증명되는 일. 이 때문에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것은 물론, 신고된 실종자의 연고지 구군구청들까지 나서서 실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뿐만 아니다.
수습된 유해 절반 가량의 신원조차 파악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는 것. 이렇게 되면 실종자 문제는 더 애매해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무력화된 대구시=상황이 이렇게 예민한 데도 대구시와 지하철공사는 중앙로역 잔재물들을 임의로 이동시킴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
가족 대책위는 "항공기.철도와 달리 지하철은 이용객 규모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특성이 있는데도 당국이 현장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로역에서는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유류품 20여점이 발견됐고, 사고 현장을 청소해 안심차량기지에 야적해 둔 200여 자루분의 잔해물에서도 유해조각 4점과 머리카락, 옷, 신발, 안경 등 유류품 143점이 나왔다.
사건 초기 1080호 전동차 내 유골이 70여명분이라고 사고수습 대책본부는 밝혔으나 전문가 수습 결과에서는 최소 142명 분이 확인되기도 했다.
◇초미의 과제 사망자 확정=조해녕 대구시 수습대책 본부장은 지난달 24일 오후 시민회관 소강당에서 실종자가족 대책위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실종자의 사망인정 방법으로 호적법 제90조에 의한 인정사망제를 적용키로 하고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 가족이 추천하는 전문인이 2명밖에 포함되지 않아 불리하다"고 반발, 심사위 구성이 무산됐다.
실종자 대책위는 인정사망 기준과 관련해서는 대구시 대책본부가 제시한 기본적인 기준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휴대폰 위치 확인자 △CCTV 화면 확인자 △동승 생존자 증언이 있는 자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현장에서 발견.수거된 유류품 등으로 희생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 사망자로 인정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런 실마리조차 없는 실종자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잖다.
사고 현장이 심하게 훼손돼 실종자를 확인할 증거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 가족들의 생각. 이때문에 음성.영상 등의 인정 자료가 없을 경우 직장 출근 기록, 학교.학원 등의 소속 여부, 병원 예약 기록 같은 증거까지 광범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달 27일 준비했던 한 탄원서에서 △합리적인 실종자 인정기준 마련 △실종자 가족의 인정사망 심사위원회 동수 참여 △실종자 선 인정 후 개별 조사 △최단 시간 내 실종자 문제종결 등을 요구했다.
또 같은 날 고건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는 중앙정부 장관급 또는 대통령 직속 수습대책본부 구성을 요구했다.
◇접점 찾을 가능성=1일 활동을 시작한 중앙특별지원단은 실종자 가족들의 이런 요구를 상당폭 수용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사망인정 심사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해 지원단장은 "총리의 당부"라며 17명의 위원 중 절반 가량을 실종자 가족들이 추천한 전문가에 배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또 인정사망 기준에 대해서도 실종자 가족 대책위에서 먼저 입장을 정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사망자.부상자 보상 방안도 유가족과 보호자 등 피해자 대책위 입장을 먼저 듣고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 대책위는 아직 "특별지원단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일단 상호 원칙적인 접근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3자가 아닌 실종자 가족 본인들이 심사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실정법상 어긋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너머 산=그러나 인정사망 문제가 개개인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또 갈등이 생길 소지가 없잖아 보인다.
개인별로 사정이 다를 수 있기때문.
게다가 인정사망 문제가 일단 종결된다 하더라도, 그 다음엔 보상을 둘러싸고 또 한차례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소송으로 연결될 소지까지 있는 것. 신원 확인 사망자 유족들도 대책위를 만들어 함께 '피해자 가족 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부상자들 역시 대책위를 구성하고 있어 중앙지원단과의 교섭은 한동안 쉼없이 이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는 이런 여러 과정에 가장 중요한 국면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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