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불연재 사용... 아직도 '돈 타령'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 내장재를 전부 불연재로 바꾸고 승강장마다 스프링클러를 장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전.인천 등 지하철을 운행하거나 운행 계획 중인 도시들도 전동차 내장재를 불연재로 바꾸고 승강장마다 스프링클러를 장착하는 등의 대책을 발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구지하철 관계 당국은 비용 부담이 너무 커다며 불연재 사용과 승강장 스프링클러 장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인천.대전의 발빠른 대응 = 서울 지하철건설본부는 2007년 개통되는 9호선 기본설계 때 난연재인 강화플라스틱(FRP) 대신 불연재인 페놀수지를 내장재로 사용키로 했다. 바닥이나 의자는 약한 폴리우레탄 대신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재질을 사용할 계획. 또 1∼8호선 전동차 내장재도 9호선처럼 완전 불연재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승강장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키로 했다.

대전시 지하철건설본부도 이달부터 제작에 들어갈 전동차의 내장재를 모두 불연재로 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인화성 낮은 난연재를 대부분의 내장재로 사용키로 했으나 이번 대구 참사에서처럼 화재가 발생할 경우 난연재로는 피해를 방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

인천시 지하철공사도 전동차 내부 설치물을 국제 규격에 맞는 불연재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지하철의 경우 = 대구지하철 전동차 내부는 화재 때 유독가스를 방출하는 인화성 물질로 돼 있다.

객차 천장.벽 등은 FRP(강화플라스틱), 바닥은 염화비닐, 의자.쿠션은 폴리우레탄폼 등으로 제작됐다. 이들 제품은 불이 쉽게 옮아붙지 않는 난연재이나 일단 불이 붙으면 일산화탄소.염화수소.아황산가스 같은 독성가스를 내뿜으며 타오른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번 방화 때도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이들 제품이 타면서 불이 급속히 번지고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현재 플랫폼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다. 물이 뿌려지면 고압전선에 감전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때문.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스크린 도어'라는 별도의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돈 부담이 문제 = 그러나 대구지하철 2호선 건설을 담당하는 대구지하철건설본부와 1호선의 관리.운영을 담당하는 지하철공사 측은 전동차 내장재를 불연재로 바꾸는 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구지하철공사 차량부 김명진 팀장은 "지하철 1호선 전동차의 바닥.의자.내장판 등 내장재를 모두 불연재로 바꿀 경우 차량당 3억2천여만원의 추가 경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지하철공사로서는 이런 비용을 부담하기가 벅차다는 것. 건설본부 박명수 차량담당 과장은 "2호선 전동차 내장재로는 불에 강한 재질을 사용할 작정이지만 불연재의 단가가 난연재보다 3, 4배나 비싸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승강장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지하철공사 시설부 김세배 설비팀장은 "승강장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스크린 도어'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한 정거장 설치 비용만 25억여원에 달한다"고 했다. 더구나 오작동될 경우 감전 등 승객 피해도 염려스럽다는 것. 건설본부측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돈이 중요하냐 안전이 우선이냐? =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들더라도 불연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진형(27.대구 황금동)씨는 "얼마나 많은 희생이 또 발생할 지 모르는 일 아니냐"고 했고, 장미령(33.대구 신천동)씨는 "전동차에 불연성 내장재가 쓰였더라면 이번 참사 때도 희생자 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냐"고 했다.

녹색소비자연맹 정현수 사무국장은 "난연성 내장재는 대형 화재 때 오히려 공포의 살상무기로 둔갑한다"며 "비용이 더 든다 하더라도 대형사고 때의 사회적 피해보다는 적은 것"이라고 했다.

불연재 사용을 의무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소방검정공사 권경옥 박사는 "유럽.미국.홍콩 등 선진국에서는 대형화재에 대비해 불연재나 최상등급 난연재를 내장재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전동차 내장재에 대한 안전기준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정미(39.대구 심암동)씨는 "지하철 좌석 등을 딱딱한 불연재로 바꾸면 불편하겠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그런 불편쯤은 당연히 받아 들일 수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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