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물설은 나라에서 좋은 이웃들을 만나 병을 고칠 수 있게 돼 기쁘고 감사합니다".
심장병으로 1년여 투병생활을 하던 한 미얀마 노동자가 회사측의 배려, 독지가와 병원측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아 한국에서 희망을 찾게 됐다.
3일 오후 대구가톨릭대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미얀마인 아우 자 모(34)씨. 그는 지난 달 24일 심장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해 공장에서 일 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가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은 2001년 4월.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 그렇듯이 '코리안드림'을 안고 경기도 군포시 작은 전자부품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병원에서 승모판막 폐쇄부전증과 심방세동이란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병에 걸린 지 오래됐지만 그동안 증상이 없어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는 것. 당장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수술비(3천만원)가 없어 수술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가 일하던 공장의 간부들은 그를 돕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 외국인노동자이주센터의 소개로 대구가톨릭대병원 권오춘(외과)교수와 연결이 됐고, 권 교수는 수술을 맡기로 했다.
문제는 수술비. 권 교수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여성 프로골퍼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녀는 흔쾌히 1천만원을 내놨다.
병원측은 나머지 2천만원을 부담키로 했다.
권 교수는 "수술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더욱 막막했을 것이다"며 "다행히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있어 무사히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수술비를 보태지는 못했지만 공장의 사장과 간부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여권비용, 항공료를 들여가며 자 모씨의 간병을 위해 미얀마에 있는 그의 부인을 초청했다.
또 그가 한국에 있는 날까지 공장에서 힘들지 않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키로 했다.
자 모씨는 수술 부위가 아물면 조만간 퇴원, 군포의 일터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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