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연극을 하고 있어. 때때로 이 극장을 폭파해 버리고 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때마다 그래, 독립운동 한다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자, 이러면서 나 자신을 다잡곤 하지".
25년째 외롭게 산울림 소극장을 운영하고 계시는 임영웅 선생님은 언젠가 우리들 앞에서 너무도 비장한 목소리로 이런 얘길 들려 주셨다.
누구도 그 얘기에 위로를 해드릴 능력이 없었던 가난한 연극쟁이들은 그저 묵묵히 먼 산만 바라볼 뿐이었다.
2년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30년 넘게 연극을 해오면서 한 작품 끝날 때마다 너무도 힘들고 어려워서 '그래 이걸로 끝이다.
이 어렵고 힘든 일 안하고 나도 좀 편하게 살자' 결심하고 얼마간은 극장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잘 먹고 잘 지낸다.
그런데 그게 한 6개월쯤 지나면 슬슬 만사가 시들해지고 온 몸에 한기가 도는 것 같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싶고 공연 기사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시작된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면 여건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세상은 핑핑 잘 돌아 가는것 같은데 연극 언저리는 아직도 70년대 시절에서 하나도 발전한 게 없다.
그래서 더욱 힘이 빠지고 상대적 빈곤감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그 시절엔 너나 없이 가난했던 시절이라 그 궁핍함이 덜 힘들었는데 요즘엔 다른 분야는 모두 풍성거리고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더 초라하고 더 춥다는 느낌이다.
조그만 광고하나 얻으려면 구걸하듯 기업체 찾아 다니면서 사정해야 되고 관객 모으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그런데 영화관이나 호텔 유명가수들의 대형콘서트 장에는 관객이 꽉꽉 차도 조그만 소극장에는 관객 백여명 채우기가 너무 너무 어렵다.
연극계에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실험극장' 대표로 계셨던 고 김동훈 선배는 생전에 어렵게 강남에다 소극장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 흥청거리는 강남에서 소극장 관객 100여명 채우기가 너무 힘들어 고생고생 하다가 결국 그 스트레스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며 흥청대는 강남에 소극장 한개가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게 너무 슬퍼서, 너무 자존심 상해서, 연극을 때려 치우자고 작정했는데 아직도 이러고 살고 있다.
이런 심정이 연극인들 대부분의 마음일 것이다.
수백만원짜리 명품은 망설임 없이 구입하면서도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연극은 외면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을…. 이런 생각을 하면 한없이 초라하기까지 한다.
문화도 돈을 벌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언젠가부터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악극에 손님이 든다니까 너도 나도 악극이다.
거기다 방송국마다 명분은 예술을 지원한다면서 돈이 벌린다니까 앞다투어 악극을 제작 후원한다고 법석이다.
순수예술의 뿌리가 없는 곳에 대중예술도 살 수가 없다.
어차피 순수예술은 돈이 되지 못한다.
스필버그 같은 연출자를 원한다면 그 스필버그가 자랄 수 있는 환경과 토양을 만들어 줘야한다.
문화의 시대에 문화를 위해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싶다.
새로운 정부에 새로운 문화관광부장관이 탄생했다.
이번 장관은 문화현장 출신이어서 문화계의 관심과 기대는 남다르다.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많은 것들이 정책에 반영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 되듯이 우리는 정신이 아프면 극장엘 간다.
그런데 그 극장이 문을 닫는다면 우리들의 정신은 어디에서 치유를 받아야되는가. 순수문화가 살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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