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옷깃을 여미며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학교 뜰의 매화는 벌써 피었고, 목련 꽃망울은 제법 도톰해졌다.

가슴 미어지는 일을 겪고 있지만,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온 것이다.

새봄과 함께 열린 입학식, 새내기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 본다.

'몸과 마음에 작은 티끌 하나 없이 씩씩하고 슬기롭게 자라나게 하소서'. 나도 모르게 그들을 위한 기도를 드린다.

입학식 날 교장 선생님이 "신입생 여러분! 입학을 축하해요"라고 크게 외치면 몇몇 개구쟁이들은 그대로 따라한다.

처음에 한 녀석이 하면 그 주변에 있는 다른 녀석들도 덩달아 함께 따라한다.

그런 그들을 보면 밉지가 않다.

뭘 알 나이가 아니지 않은가. 천방지축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어린 친구들의 천진한 모습에서 희망을 읽는다.

서툰 학교 생활이 며칠 흐르다 보면 담임 선생님의 정성어린 손길을 통해 조금씩 자리잡혀 가게 되리라.

신입생들을 보면 옛 제자들이 그리워진다.

특히 1학년과 6학년 때 가르쳤던 친구들이 많이 생각난다.

요즘 인터넷 덕분에 소식이 끊겼던 제자들로부터 더러 연락이 올 때가 있다.

한번은 출근해서 메일을 확인하는데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이라는 제목의 편지가 한 통 와 있었다.

누굴까 하고 열어 보니, 오래 전 6학년 때 담임했던 재혁이라는 제자였다.

공부도 잘하고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합주반 활동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선생님을 꼭 찾고 싶었는데 마침 누군가가 근무처를 알려 준 덕에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메일 주소를 알아내어 소식을 드린다고 했다.

지금은 교대를 나와 시내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면서 교사가 되어 6학년을 담임하면서 선생님의 고충을 어느 정도 헤아리게 되었노라고 했다.

대학 시절 읽은 오천석 박사가 쓴'스승'이라는 책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부름을 받았느뇨, 네가 과연 교사로 부름을 받았느뇨". 소명의식을 강하게 일깨우던 그 대목은 오늘도 끊임없이 내 안을 채찍질한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새내기들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며 되뇐다.

'그래, 내게 허락된 날들 동안 부름 받은 자로서 결코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걸어가자'라고.

이정환(시조시인.용계초교 고사)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주 연속 하락해 51.5%를 기록했고,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스타벅스 코리아는 마케팅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해 오는 22일 전국 매장에서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교육을 실시한다. 신세계그룹은 17일 역사 ...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상임위원 7명이 청사에 출입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며 의문...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