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자뿐인 입학식 "하늘서 보고 있니"

5일은 대구시내 초등학교가 일제히 입학식을 갖는 날. 젖먹이를 키워 온 부모들은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때 가장 설렌다고 한다.

그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는 적잖은 부모들에게 이날을 더 가슴 아픈 날로 만들고 말았다.

"나이 어린 아동들 앞에 영정을 보일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박두봉(35·대구 신암동)씨는 잃어버린 아들 제균(7)이가 이미 입학생 명부에 올랐고 6반에 배정까지 돼 있다는 통보를 동네 아양초교로부터 받고는 다시 한번 가슴이 미어졌다고 했다.

중앙로역 인근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지하철을 탔던 아내(35)와 아들을 한꺼번에 잃었기 때문.

"그날 유치원 졸업식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나도 함께 갔을 겁니다.

차라리 그게 좋았을텐데...". 밤 늦게까지 일에 지치는 남편을 생각해 아내가 알려주지 않은 것이 원망스럽다는 것. 그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흘렀다.

박씨는 아내와 아들의 시신을 찾겠다고 시민회관과 중앙로역을 뛰어다니느라 5일이 제균이 입학날인 줄도 학교측의 연락을 받고 깨달았다고 했다.

제균이 소식을 들은 아양초교 측은 입학식에 앞서 추모 묵념을 갖고 제균이가 앉기로 돼 있던 자리에 국화꽃을 바치기로 했다.

그러나 박씨는 아이 대신 입학식에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들떠 있을 다른 부모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몸이 안좋아 엄마가 병원에 가 있다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가 작년에 허리디스크로 입원한 적 있거던요".

지하철 사고로 아내를 잃은 신승민(37·대구 신서동)씨는 5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아들 동범(7)이 눈치를 보느라 가슴을 졸였다.

틀림없이 또 엄마를 찾을 것이기 때문. 바로 옆집에 사는 외할머니가 입학식에 함께 가 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신씨는 아내 김진희(34)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겠다며 지난 1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율하역에서 지하철을 탔다고 했다.

중앙로에 있는 학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가 이상한 눈치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이제 엄마를 볼 수 없지요?' 하고 물었습니다". 안타까운 부정(父情)은 심리상담이라도 받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별 탈 없이 자라길 바랄 뿐입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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