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지하철 국가운영 바람직"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지방지하철을 국가가 건설·운영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부 국회 지역사회에서 폭넓게 벌어지고 있다.

지하철 빚에 허덕이는 대구가 큰 짐을 벗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는 짧은 회의시간과 첫 회의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한 근본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까지 제시됐다.

마침 국회에서도 지방지하철을 통합 건설·운영하는 (가칭)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시민단체들도 대구 참사의 근본원인은 돈이라고 인식, 정부가 맡아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 한뜻인 것이다.

◇첫 국무회의=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이 지하철을 국가가 건설·운영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아주 의미있는 의견"이라며 이 장관이 중심이 돼 종합대책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권기홍 노동부장관은 "지하철 관리·운영을 정부차원에서 확대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서울시장을 두차례 역임한 고건 총리는 서울의 경험탓인지 '관행'을 내세워 이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지하철 주무장관인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고 총리의 제동에도 불구, "지하철 건설운영방식의 차이에 따른 지역별 예산차등 지원에 대한 반발"을 거론하며 "정부예산 부담이 크므로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 장관을 거들었다.

원론적 수준이었지만 대구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회의결과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지하철공사 설립=한나라당 건교위소속 박승국 의원을 비롯한 대구경북의원과 광주·대전·인천·부산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칭)한국지하철공사 법안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50여명이 이 법안에 서명해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지하철공사는 대구·광주·대전·인천 지하철은 물론 2007년까지 부산교통공단이 운영하는 부산지하철까지 통합운영한다는 것이다.

공사 건립시 지방지하철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가 승계돼 부채까지 공사가 떠맡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지하철공사는 정부가 추진중인 철도청의 공사화와 동시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는 철도민영화에 대한 대안으로 공사화를 제시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역시민단체=김경민 대구YMCA 중부관장은 "지하철 참사의 원인을 하나하나 따져보니 결국 돈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재정이 열악한 대구시가 지하철을 무리하게 건설하다보니 값싼 전동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고 안전시설 설치도 부족했다는 것. 게다가 "지하철의 만성적인 운영적자에 따라 대구지하철 공사도 손이 오그라들어 직원교육마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대구경실련·대구환경운동연합·대구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관계자는 "대구지하철을 국가가 맡지않고서는 전동차 개체, 1호선 복구 등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라며 "지역 경제침체를 이유로 부산지하철을 정부가 맡은 것을 감안하면 대구지하철은 진작 정부가 맡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 시민단체들은 한국지하철공사나 대구교통공단설립을 위해 시민운동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법=공사 또는 공단설립의 유일한 걸림돌은 재원확보 문제다.

정부가 부산교통공단으로 인해 2조3천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대구 1조3천억원, 광주 3천억원, 대전 2천억원, 인천 5천억원 등 모두 2조5천억원을 추가 부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건교부는 그간 대구교통공단 설립요구가 있을 때마다 재원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했고 대구 이외지역 의원들이 이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요구에만 그쳤다.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은 이에 대해 "국토건설관리청 등이 사용하는 교통특별회계 15조원의 일부를 지하철로 돌리면 문제가 해결되나 농어촌 출신 의원들의 반대가 문제"라며 "대구시민 요구가 거세지고 정부가 특단의 결심을 해야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방지하철을 한꺼번에 맡는 것이 부담이라면 지자체 재정을 감안, 대구-광주-대전 순으로 교통공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없지 않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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