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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책속에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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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 아더스'(The others)는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것만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시한다.

영화속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가 같은 공간에서 존재하지만, 서로 서로는 직접적으로 볼 수 없다는 상황설정을 해 놓고 있다.

시각은 직선방향으로 일정한 거리에 있는 것만이 우리가 파악할 수 있다.

즉 시각의 한계이다.

현미경과 망원경의 등장은 바로 이 시각의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이 됐다.

사람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를 설계하고 미래를 꾸며 나간다.

경험이란 말은 영어로 ex(밖)-peri(근처)-ence(행위자)로서 자신 밖의 주변을 살펴본다는 것이다.

문자발명 전의 부족사회에서는 눈으로 지금, 여기 보이는 것만을 경험했다.

상호 의사소통 수단도 목소리를 통한 구두언어에만 의존했다.

시간속의 구두언어의 불확실성은 문자의 등장으로 해소되었다.

문자의 등장은 지금, 여기에 없는 즉 부재에 대한 사유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지나간 과거와 보이지 않는 먼 곳, 앞으로 다가올 미래 등을 문자를 통하여 사유할 수 있게 되었다.

문자는 과거의 문화적 기억을 현재로 가져 오고, 현재의 문화적 기억을 미래까지 전달해 준다.

문자의 등장은 지금까지 소통이 구두언어의 청각중심에서 눈을 통한 시각중심으로 바꾸어 놓았다.

보이는 것은 문자만이 아니라 이미지도 볼 수 있다.

다만 이미지 언어는 상상력을 허용하지 않고 보이는 것만 믿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자언어는 보고 읽을 자신의 경험이 총동원되어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상상력은 아이디어로 연결되어 21세기 정보 지식사회의 근간을 이룬다.

"책 속에는 길이 없다?" 책속에는 문자만 있을 뿐이다.

이 문자를 자기의 것으로 용해시켜 내면화시킬 때만 비로소 길이 보인다.

심심할 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심심하지 않을 때도 책을 좀 읽자. 그래야 심심하지도 않다.

이동성 대구과학대 교수·멀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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