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재 대비태세 긴급점검-고층·지하 안전한가

시민사회단체들은 방재망 완비를 주장하며 대구지하철의 운행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리(본지 3일자 보도 부분 제외)해 본다.

◇화재 감지능력 향상=현재 별도로 설치돼 있는 '연기 감지기'와 '열 감지기'는 먼지 등 미세물질에 쉽게 반응해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열·연기를 동시 감지할 수 있는 '복합형 감지기'로 바꿔야 한다.

연기가 없는 전기 화재에 대비해 '불꽃 감지기' 설치도 고려돼야 한다.

◇비상유도등 보강=연기가 많아지면 현재의 '피난 유도등'으로는 부족하다.

'비상 유도등'을 설치해야 한다.

영화관 바닥 유도등 같은 것이다.

비상등은 현재 75룩스 정도인 유도등보다 훨씬 밝은 100~150룩스 가량 돼야 한다.

승강장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도 '야광 유도등'을 설치해야 한다.

◇비상전력 공급책 보완=비상등 등을 위한 장치인 현재의 비상발전기 시스템으로는 안된다.

이 시스템에서는 발전기를 가동해 전압을 맞추고 전력을 제대로 공급하는데 5~10분이나 걸린다.

정전과 동시에 다른 전력이 공급되는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 'UPS시스템(Uninterruptible Power Supply System)'을 도입해야 한다.

기업체 전산실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배연시설·비상등·유도등·감지기 등의 전선도 '내열전선'이 아니라 '내화전선'으로 교체해야 한다.

'내열전선'은 380℃에서 15분 가량 견디지만 내화전선은 540℃에서 30여분 견딜 수 있다.

또 이들 전선은 스프링클러 작동에 대비해 방수용으로 바꿔야 한다.

◇방화셔터 개선=새로운 방화셔터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의 방화셔터 피난문은 잘 열리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현재의 '일체형' 대신 셔터 옆에 별도의 문을 설치한 '분리형'으로 바꾸고 야광도 되도록 해야 한다.

◇배연장치 강화=소방법은 지하 환기구가 평상시엔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다가(급기) 화재시에는 연기를 뽑아내도록(배기)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화재 대응력이 떨어진다.

별도의 배연구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지하철 승강장 벽에는 환기구, 천장에는 배연구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불이 나면 환기구를 통해 공기가 주입되면서 배연구를 통해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연구의 규모·성능·풍량 등은 모의 화재시험을 통한 검증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

◇별도의 비상통로 개설=지금 같은 여건에서는 승객들이 연기 배출구 역할을 하는 출입구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기가 사람 대피속도보다 빠르다.

유독가스에 질식될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지하철역 사이 터널에 대피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소방법으로는 지하철역 구내에는 비상통로를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전동차 터널 구간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터널에 대한 추가 조치가 어렵다면 역 사이에 각 3개씩 있는 환기구를 대피구역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소방법에만 매달리지 말라=외국계 보험사들은 우리나라 건물의 화재보험을 들어주지 않으려 한다.

법규에만 의지해 만든 방재시스템을 못 믿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소방 대책을 강화한다.

보험회사들도 법이 아니라 각자의 노력을 평가해 위험 등급을 매긴다.

보험료를 적게 물려면 건물주들이 보다 나은 방재시스템을 갖추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쪽 소방법은 개략적인 테두리를 정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그런 체제가 되면 민간 전문단체들이 보다 나은 방재 시스템을 연구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국가화재방지협회(NFPA,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가 그런 연구 수합 역할을 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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