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규의 한방이야기-정기의 보호

신학기가 되면 대학 캠퍼스가 활기를 띤다.

신학기는 움츠렸던 기운이 활짝 피고 얼었던 땅을 뚫고 새싹이 올라오는 봄기운에 비유할만하다.

그런데 이맘때쯤이면 신입생 환영 술자리에서 아까운 생명을 잃게 되는 일들이 생겨나 우리들을 안타깝게 한다.

과한 술은 건강을 해치고, 특히 간을 손상시킨다.

선배가 주는 술이라도 사양할 줄 알아야 하고 선배란 이름으로 강요해서도 안된다.

우리 몸의 정기(精氣)를 젊은 날 무리한 생활로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식습관, 방탕한 성생활, 무절제한 정신활동 등은 함께 작용해 정기를 손상시킨다.

한의학에서는 정기를 기르는데 있어서 체내의 정상적인 기운과 외부의 나쁜 기운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정상적 기운인 정기(正氣)는 도와주고 외부의 나쁜 기운인 사기(邪氣)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미 침범한 사기는 제거해야 한다는 치료원칙을 중요시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기를 도울까? 외부에서 새로운 정기를 보충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보다 신체상태의 평형을 유지해 정기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기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살피면서 생활을 돌이켜 봄으로써 알 수 있다.

이 방법을 팔강변증(八綱辨證)이라고 한다.

간단한 예를 몇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구갈(口渴)의 유무, 소변의 색, 대변의 상태, 그리고 설태(舌苔)의 상태 등을 고려해 한열(寒熱)로 신체평형을 가리게 된다.

구체적으로 입이 마르거나 입술이 자꾸 갈라지고 트면 열(熱), 그렇지 않으면 한(寒)으로, 소변 색이 진하고 양이 적으면 열, 색이 묽고 양이 많으면 한, 대변 색이 진하고 변비 기운이 있으면 열, 대변 색이 연하고 변이 가늘거나 설사 기운이 있으면 한, 그리고 혓바닥 위에 순두부처럼 하얗게 끼는 태의 색이 노란색이면 열, 흰색이면 한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평소 손발이 차거나, 설사가 자주 있으며, 따뜻한 물이 좋고,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기 전에 혀 위의 설태 색이 흰색이면 찬 상태이므로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반면 평소 손발이 따뜻하고, 변비가 자주 있으며, 찬물을 마시고 싶고, 설태 색깔이 노란색이면 따뜻한 상태이며, 이땐 찬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술자리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몸이 찬 사람은 이왕이면 열성의 술인 소주나 양주를 택하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비교적 찬 성질이 있는 맥주를 마시는 게 좋다.

그러나 아무리 체질이나 자신의 신체상태에 따라 술을 선택하더라도 지나친 음주는 분명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