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집단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의사와 법률가를 든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가 공인하는 자격시험을 거쳐 인체의 질환치료나 사람의 권리 의무와 관계되는 분쟁의 처리 등 매우 전문적인 분야의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나 엔지니어, 언론인 등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사회의 중요부분을 버텨주는 틀이나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므로 이들 전문가집단이 튼튼하여야만 사회전체도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는다.
그러나 때로는 전문가들만의 울타리를 치고 특권을 누리거나 비전문가인 시민들의 고충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전문가정신이 결여되었다거나 윤리성이 실종되었다는 사례도 이따금 겪는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보건의료체계나 검찰과 사법, 교육, 언론 등 각 분야의 개혁이 논의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확실히 보통사람들의 어려움을 모르거나 평균적 시민의식에서 너무 벗어나있는 전문가들이란 그 쓸모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하여 오히려 해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전문가의 영역에 속하는 분야를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대신하거나 뜯어고치는 것이 과연 온당하며, 가능한 일인가는 우리가 함께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를테면 병원의 의료서비스가 나쁘다는 여론이 있으므로 병원장을 의사가 아닌 보통의 시민으로 하여금 맡게 하여 개혁을 시도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물론 현행제도상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그럴 경우 의사가 아닌 병원장이 과연 전문가적 자부심에 꽉 차고 복잡한 현대의료지식으로 무장된 의사들을 제대로 통솔하여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보통의 시민들도 뜻만 바르다면 전문가의 일을 못 해낼 바 없다는 생각 자체가 혹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나 재앙을 초래하는 경우는 없을까? 의사의 자격을 갖춘 사람 중에서 올곧은 병원장감을 찾아 서비스를 개선하도록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까?
검찰이나 교육, 언론분야와 관련하여서도 마찬가지의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전문가란 어느 분야이든 아마추어들이 따를 수 없는 투철한 전문가 정신과 자격과 경험에서 나오는 나름대로의 전문성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건강한 민주사회란 구성원들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분업의 논리와 윤리에 따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볼 수가 있다.
전문가집단의 폐해에 대하여는 시민들의 부단한 감시와 비판, 그리고 이를 반영한 정책적 조정 및 전문가집단 내의 시민의식과 유리되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자정(自淨)노력으로 시정해가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보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전문가의 영역에 속하는 분야의 개혁이 실질적 성과를 얻기 위하여서도 다음의 두가지 점은 우리가 반드시 함께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고 생각한다.
첫째 전문가가 동참하거나 승복하지 않은 개혁은 그 과정이 매우 힘들뿐만 아니라 개혁의 성과가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다는 점, 둘째 전문가 영역의 개혁은 일시적, 혁명적이 아닌 점진적, 단계적인 개혁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의 실질성만 확보된다면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전문가의 영역을 얼마든지 비판할 수가 있다.
건전한 여론조성으로 그들이 특권화, 독선화되지 않도록 부단히 감시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적인 감각으로 전문가의 영역을 스스로 손질하거나 뜯어고치려 할 때에는 그 가능성과 효율성을 생각하여 조금은 더 절제의 지혜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믿는다.
완급의 조절과 절차의 투명성도 필요할 것이다.
전문가는 시민의식을 잊지 않고, 시민은 전문가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사회야말로 건강하고 균형잡힌 사회라고 말할 수가 있다.
검찰과 사법, 교육, 언론 등 특정 사회분야의 개혁필요성과 이를 조율하기 위한 마찰음이 곳곳에서 들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사회에서의 전문가와 시민이 설 자리, 그 지켜야할 도리와 순서 그리고 사회적 안정감에 관하여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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