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학병원도 불균형

지난해 재일교포 출신인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김양일 교수가 기자를 찾아와 말했다.

" 우리 병원이 그동안 간이식 수술을 해왔는데 성공률이 아주 높아요. 그런데 환자들은 더 많은 돈을 써 가며 서울로 가고 있어요. 시민들이 믿고 수술받을 수 있도록 홍보 좀 해 주세요".

김 교수는 큰 병이 생기면 무조건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그런 환자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다른 모든 인프라 수준이 그렇듯이 대구보다 서울지역 큰 병원들의 의료진과 장비, 시설 등이 우수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 날이 갈수록 자본이 집중된 서울에 눌려 숨조차 못 쉴 지경이다.

자본은 축적과 확대재생산의 습성이 있어 지방의 소외는 가속화된다.

지방경제, 지방대학, 지방문화, 지방언론이 그렇듯이 지방의 병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진료, 의료인 양성, 연구 등의 기능을 담당해야 할 지역거점병원인 경북대병원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병실이 날 때를 기다려 수술날짜를 잡아야 하고 진료실 하나를 칸막이로 나눠 3명의 의사가 환자를 봐야 하는 형편이다.

수요가 급증하는 암계통질환, 노인성질환, 재활치료 등을 위한 전문센터가 시급하나 현재의 규모로는 언감생심. 이런 가운데 누적적자액은 123억원에 이른 지경이다.

경영난, 신규투자 미흡, 규모의 한계 등이 물고 물려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제2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병원 설립안은 이미 1996년에 세워졌지만 교육부가 허가받아 하지 않아 무산됐고, 이후 정부의 무관심,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유보돼 왔다.

그런데 같은 국립대 병원인 서울대병원은 분당2병원 설립을 허가받아 이미 지난 달 문을 열었다.

또 전남대병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 2병원 설립에 착수, 개원을 앞두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쉽지 않을 사업 허가와 예산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관련 부처를 상대로 설득하고, 대대적인 모금 이벤트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2병원 설립 문제를 경북대병원만의 숙원사업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역 균형발전의 논리를 내세워야 한다.

'참여정부'도 서울집중과 지역불균형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 대구시의사회는 물론 지역의 사립대학병원 등도 경북대병원만의 일이 아닌 지역의 현안으로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김교영(특집기획부) kim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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