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구들과 함께 가게..." 유해 인수 미뤄

남은 것이라고는 겨우 손가락 뼈에 걸린 반지 두개. 이게 아들이 남긴 흔적의 전부인가?

1080호 전동차 안 사망자 중 처음으로 가족을 만나게 된 김종석(22)씨의 유해를 확인하고 나온 아버지 김대율(56.부산 대연동)씨의 눈은 무너져 있었다. 테니스 선수로 키가 180cm를 넘었던 아들의 모습이 고작 이것이라니…

그리고 아들 유해와 함께 발견된 부산 집 열쇠. 집에 내려 올 때 열고 들어오라고 만들어 줬던 열쇠가 아버지의 마음을 더 깊게 무너뜨렸다. 아들과 함께 재로 모습을 드러낸 테니스 라켓이 또 그 깊이를 더했다.

"지금은 유해를 인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테니스팀 동료가 3명이나 더 있지 않습니까? 종석이도 사랑하는 후배들만 남기고 혼자 떠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리 자식들을 모두 찾아 함께 보내려 합니다".

김씨는 이날 아들의 유해를 인도받지 않았다. 함께 실종된 대구가톨릭대 테니스팀 선수 3명의 유해도 신원 확인이 거의 끝나 가는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죽은 아이가 바닥이 찬 걸 느끼겠어요, 곰팡이가 핀다는 것을 알겠어요? 후배들과 함께 간다면 먼길도 외롭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김씨도 아버지의 마음은 어쩌지 못했다. "당시 상황만 제대로 전달됐더라도 이렇게 허무하게 변을 당하진 않았을 거 아닙니까? 건장한 아이들이니 테니스 라켓으로 문을 부수고라도 다른 사람까지 여럿 구하지 않았겠습니까?"

아버지는 눈 오던 어느 겨울 안동에서 함께 찍었던 아들의 사진만 어루만지고 있었다. 가톨릭대는 네명 모두의 유해가 확인되는 대로 합동장례식을 치루기로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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