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참사 특별기고-'인정사망' 폭넓게 적용해야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의 모든 책임은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에 있고 승객들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다.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는 사망자와 실종자·부상자들의 손해를 100% 보상해 줘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과실상계율은 0%이다.

이번 참사로 희생당한 것은 거의 확실한데 사체를 찾지 못한 경우 사망자와 같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정사망'(認定死亡) 제도이다.

인정사망이 적용되려면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그러나 신원 확인 단서가 될 수 있는 유류품들이 타버렸거나 청소됐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불에 탄 전동차를 왜 차량기지로 옮겼을까. 사고현장이 너무 좁고 어두워 감식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데 그건 핑계가 될 수 없다고 본다.

500와트짜리 전등 수십개만 설치하면 대낮보다 더 밝았을 테고 어차피 감식 작업은 전동차 객차 안에 들어가 하는 일인데 월배차량기지로 옮긴다고 객차가 넓어질 리 없다.

골조만 앙상히 남은 전동차가 덜덜거리며 견인돼 유해와 유품들은 서로 뒤엉켰을 것이고 열려진 문을 통해 상당수는 바람에 날려 갔을 수도 있다.

인정사망 심사위는 실종자가 현장에 있었던 것만 증명되면 사망자로 처리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물증이 없는 실종자라면 주변인의 증언에 의해 그 여부를 심사받게 될 것이다.

사고 현장이 청소됐고 전동차 이송중 재가 날아가 버렸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는 인정사망제 적용 요건이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

실종자가 사망자로 인정되면 사망자와 똑같은 보상을 받게 된다.

이번 희생자들은 성별·연령·직업·소득 등이 다르기 때문에 손해배상액도 천차만별이다.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는 피해자들에 대한 모든 손해배상을 100% 해줘야 한다.

만일 대구시나 대구지하철공사가 100% 보상해 줄 수 없다고 한다면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땐 소송을 내야 하지만 사망사고의 경우 손해배상액이 소득수준 및 연령 등에 따라 정확히 계산되기 때문에 굳이 법원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기에 보상금을 흥정하려 들지 말고 법원에서 인정될 금액 100%를 지급하는 것이 옳다.

국민 성금은 사망자·실종자·부상자들에게 나눠 지급될 터이지만 이 사건 보상금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

손해배상금과 국민성금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지금은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에 가려 부상자들은 목소리를 내기가 민망한 상황이다.

그러나 부상자 가운데 사망자가 여러명 나왔으며 앞으로도 희생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부상자들이라고 하여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된다.

몇달 후, 또는 몇년 후에 나타날 지 모를 후유증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부상자나 가족들도 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때는 '이번 사고로 인한 후유증에 대한 보상은 별도'라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

곧 봄꽃이 피겠지만 이번 사고로 인한 슬픔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슬픔을 딛고 굳세게 일어서야만,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편하게 눈 감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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