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學位 논문 대필업체까지 판치다니

전국 유수 대학의 학위 논문들이 대행업체에 돈을 주고 쓰여졌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 한심하기 그지없다.

지금도 미련할 정도로 연구실을 지키며 고뇌하는 학자들의 얼굴에 먹칠한 셈이지만, 몇몇 사례만 적발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상아탑의 도덕적 해이와 나태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대학가에 논문 대필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나돈 건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나 기업 형태의 논문 대필 업체가 30~40개나 난립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은 편당 500만원, 석사와 학사 논문은 각각 300만원, 50만원으로 가격까지 형성돼 있다니 기가 찬다.

더구나 이들 업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명문대 출신 박사들이 논문을 대신 써준다'며 광고까지 한다지 않는가. 우리 사회는 허위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속물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학위를 얻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이 '학위 장사'들이 버젓이 장을 벌이고 논문을 써주며 한 밑천을 잡는 풍조는 학위를 돈을 주고 사서라도 학계나 직장 내에서 조건과 지위를 높이고 싶다는 욕구와 그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너그러움과도 무관하지 않을 게다.

그 책임은 우리 학계의 비뚤어진 풍토와도 무관하지 않다.

학자들의 논문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지만 제대로 징계한 적이 있었던가. 교수 사회가 온정주의에 물들어 논문 심사를 엄격하게 하지 않고, 대학들은 학생 확보에 급급해 양적 팽창만 추구함으로써 이런 범죄적 풍조를 부추겼다는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이고, 그곳에서 인정하는 학위는 우리 사회의 학문과 지성의 잣대가 된다.

논문을 대신 써주고 돈을 받는 행위는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우리 처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며, 대학의 위상은 물론 신뢰감마저 땅에 떨어뜨린다.

차제에 철저하고 지속적인 수사로 논문을 사고 팔거나 가짜 학위를 취득하는 행위를 뿌리뽑아야 하며, 대학들의 뼈아픈 자성도 따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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