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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 저런 얘기-'지직'대는 LP판이 된장처럼 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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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추억의 소장품이 된 LP 음반. 듣고 싶어도 음악을 틀 수 있는 턴테이블 장치마저 흔치 않아 방 한쪽 구석에 쌓아두고 있는 소장자들이 많을 터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CD, 인터넷 음악 등에 밀려 음반점에서 자취를 감춘 이 LP음반을 자신의 가보처럼 아끼며 살아가는 이가 있다.

된장공장 사장인 박명수(43·대구 상인동)씨는 요즘도 밤이면 LP음반을 틀어놓고 잠 자리에 든다.

지금껏 모은 음반만 LP 3천500여장. CD, 레이저디스크 등을 합치면 6천장이 넘는다.

중학교 2학년 때 짝궁이 수업시간에 책속에 감춰가며 보던 팝송 책에 흥미를 느끼면서부터 시작된 음반수집 생활이 어느새 20년이 넘었다는 것.

1970~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박씨는 당시 구하기 어려웠던 수입원판을 찾아 서울 청량리, 대구 미군부대 지역 등 안 돌아다닌 데가 없었다고 했다.

"학창시절 용돈은 음반 사는데 다 썼고 심지어 음질 좋은 전축을 사려고 부모님을 졸라 금까지 팔 정도였어요. 수입원판 1장에 라이센스판 5장하고 맞바꾸던 시절에는 '끗발' 날렸지요".

9년전 가업을 이어받아 된장공장을 경영하게 된 후에는 짬이 잘 안 나 음반 수집이 힘들어졌지만 박씨의 음악사랑은 여전하다.

17일 오후 박씨의 된장공장 곳곳에선 1960년대 올드팝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며 사람의 발길을 붙잡고 추억으로 이끌었다.

박씨는 "발효할 때 생기는 미생물에 음악을 들려주면 된장이 더 맛있어지는 것 같아 가끔씩 공장 전체에 음악을 틀어놓는다"며 나름대로의 '비법'을 알려줬다.

수천여장의 음반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박씨는 틈틈이 음반을 꺼내 정성스럽게 먼지를 닦아내고 음반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평온해진다고 했다.

"지직거리는 LP음반을 감상하다 보면 까까머리 중학생 때부터 청·장년의 세월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흘러가니까요".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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